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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09 21:07 수정 : 2008.04.10 03:01

여현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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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을 지은 현실주의 정치사상가 마키아벨리에게도 정작 자신의 선거는 쉽지 않았다. 1527년 피렌체에서 메디치 가문이 추방되자, 마키아벨리는 그해 6월 초 내정과 군사를 담당하는 공화국 제2 서기관장에 입후보한다. 6월10일 선거에서 그에게 찬성 뜻으로 흰 강낭콩을 던진 의원은 출석 의원 567명 가운데 12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555명은 반대를 뜻하는 검은 강낭콩을 던졌다. 메디치 아래서 돈을 받고 일을 했다는 과거 경력이 문제된 탓이다. 젊은 시절 이미 제2 서기관장을 지냈던 마키아벨리는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집에서 칩거하다 쓰러져 선거 열흘 만인 6월21일 쉰여덟의 나이로 숨을 거둔다. 낙선이 원인이라는 게 정설이다.

마키아벨리가 아니라도 선거에서 이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온갖 노력과 꾀에, 권모술수까지 동원된다. 그러다 보니 마키아벨리보다 더 마키아벨리 같은 정치꾼들이 나오게 되고, 이들을 꾸짖고 비꼬는 말도 만들어졌다.

‘사쿠라’는 일본말 ‘사쿠라니쿠’(櫻肉), 곧 벚꽃처럼 분홍색을 띠는 구마모토의 말고기를 쇠고기에 슬쩍 섞어 판 데서 비롯됐다. 유세장이나 극장, 야바위판 등에서 돈을 받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바람을 잡는 이를 일컫는 속어다. 겉으론 야당 행세를 하지만 숨어선 여당 노릇을 하거나, 주관 없이 소신을 바꾸는 정치인을 지칭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우리 정치의 어제와 오늘 자주 봤던 모습들이다.

카펫배거(carpetbagger)도 있다. 영국에선 자기 선거구에 살지 않는 뜨내기 국회의원을 일컫는 말이다. 남북전쟁이 끝난 직후의 미국에선 선거를 거부한 대다수의 남부 백인들 자리를 노려, 있는 짐을 몽땅 담요에 쓸어 담아 가방처럼 짊어지고 온 듯한 북부 출신 정치건달을 비꼰 말이다. 18대 총선에서도 그 비슷한 모습들이 있었다. 그런 이들을 제대로 걸러내기는 한 것일까.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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