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4.21 22:43
수정 : 2008.04.21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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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병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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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2003년 멕시코에서 농민운동가 이경해씨가 자살했을 때 현장에선 “이씨를 죽인 것은 카길”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카길은 곡물 면화 설탕 사료 가공육류 등의 생산과 저장 수송 수출입을 취급하는 세계 최대의 농식품복합체. 미국의 아처 다니엘스 미들랜드와 콘 아그라, 프랑스의 루이 드레퓌스, 브라질의 벙기 등과 함께 5대 곡물 메이저로 통한다. 이들의 세계 곡물시장 점유율은 총 저장 능력에서 75%에 이른다. 이 가운데 가장 큰(시장 점유율 40%) 카길은 미국의 농업정책을 좌우했다. 2003년 세계무역기구 농업협상을 주도한 미국의 협상전략을 짠 것도 카길이었다고 한다.
이들의 위세는 대단하다. 한편에선 대다수 식량수입국인 제3세계의 농업시장 개방을 압박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가격 담합 등을 통해 폭리를 취했다. 1972년 세계 밀 생산량이 2.4% 감소하자 밀을 풀지 않아 국제 시세를 3배나 폭등하게 만들었고, 1973년엔 콩을 매점해 시세를 4.6배나 뛰게 했다. 우리의 경우, 1980년 쌀 흉작 때 톤당 200달러 하던 것을 550달러에 사들여야 했다. 일본도 1993년 쌀 흉작 때 이들의 농간에 밀려 시세보다 70%나 비싸게 쌀을 사들여야 했다. 다른 쌀 수출국으로 하여금 일본에 쌀을 팔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결과였다. 이들은 심지어 아르헨티나 페론, 에비타 정권이 곡물 사업을 국영화하자 정권 퇴진을 배후조정했고, 남미 니카라구아에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자 곡물 수출을 중단해, 결국 5년 뒤 친미정권이 들어서도록 했다.
다시 곡물가가 폭등하고 있다. 카길은 올 1분기에만 9억달러의 경상이익을 남겼다. 지난해보다 83%나 늘었다. 이들의 간섭을 생각할 수 있겠다. 이들은 우리의 곡물·사료 공급을 장악하고 있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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