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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28 19:32 수정 : 2008.05.28 19:32

정영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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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은 여성들에게 가장 흔한 암이다. 위암과 자궁경부암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미국은 여성 8명 가운데 1명꼴로 걸린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생활방식이 서구화되면서 해마다 발병이 늘어 만성질환처럼 되고 있다.

치료술이 발달해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높다. 그렇지만, 유방 조직 안에서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전이가 빨라 확실한 치료법으로 절제 수술을 많이 한다. 유방 보존 시술과 절제 뒤 재건술도 쓰이지만, 한 해 1만명 가까이 발생하는 유방암 신규 환자의 절반 가량이 절제 수술을 받는다고 한다.

유방 절제는 신체 일부를 잃는 데 더해 정신적 상실감의 이중고통을 준다.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생리적 기능 외에 미적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대만의 여성 정치인 천원첸은 ‘단 하나 남은 유방을 위해’라는 글에서 “남성들은 유방암에 걸린 여성이 끝내 자신의 한쪽 유방을 절제해야 할 때 그 현실을 받아들이기 위해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썼다. 그는 왼쪽 유방을 떼어낸 뒤 그 자리를 초라한 폐허로 묘사했다. 대인관계에 자신감을 잃거나 우울증에 걸리는 일도 적지 않다고 한다.

유방 절제로 신체의 일부가 없다는 이유로 전역해야 했던 피우진 중령이 군에 복귀했다. 여성 헬리콥터 조종사 1호인 그는 소송 끝에 직무 수행에 문제가 없다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피 중령은 수술 직후 여성으로서의 상실감보다도 거추장스런 가슴이 없어져 군 복무하기가 낫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직업의식이 투철했다. 그전에도 훈련 때는 가슴에 압박 붕대를 감고 나섰다고 한다. 활쏘기에 방해가 돼 오른쪽 유방을 잘랐다는 고대 아마존의 여전사를 연상하게 한다.

여성의 유방은 아이와 남성의 것이자 정치적이며 사업적인 대상이다. 아름다움을 통째로 세상에 선사하고도 유방과 관련된 질병이나 유방 절제와 결함 등만이 여성 자신의 문제로 남는다. 사회적 불이익까지 주는 것은 불공평하다.

정영무 논설위원 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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