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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18 19:27 수정 : 2008.06.18 19:27

여현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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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미 농무부 인증 유기농’(USDA Organic) 표지가 붙은 우유는 보통 우유보다 2배 이상 비싼데도 잘 팔린다고 한다. 소비자들이 건강과 안전을 따지게 된 때문이다. 유기농 인증을 따려면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들이 농무부가 정한 기준에 맞아야 한다. 첫째, 소성장호르몬(BGH)을 맞지 않아야 한다. 둘째, 항생제 없이 자라야 한다. 셋째, 농약을 치지 않고 키운 곡물 또는 목초를 먹여야 한다. 넷째, 목초지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논란이 된 것은 넷째 항목이다. 소비자들은 ‘나서 죽을 때까지 들판에서 풀을 뜯는 소’로 받아들였지만, 정작 농무부는 아무런 구체적 조건을 붙이지 않았다. 대형 식품회사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이들은 젖소들을 목초지에 잠깐 풀어놓았다가 곧 좁아터진 사육장으로 몰아넣어 우유를 생산하고도 유기농 인증을 따냈다. 이제 다국적 식품회사 상위 20곳 가운데 절반 이상이 유기농 인증을 지니고 있다.

상대적으로 목초지가 넓은 중소 목장들과 소비자단체가 몇 년째 농무부에 청원을 내어 더욱 엄격한 기준을 만들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개정 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대형 식품회사의 막강한 로비 때문이다.

일반 농산물도 사정은 비슷하다. 유기농이 각광을 받자 대형 식품회사들은 자신들도 유기농 표지를 붙일 수 있도록 기준을 낮춰 달라는 로비를 벌였다. 소송 끝에 이런 시도가 좌절된 뒤에도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들은 농무부의 2006회계연도 예산안에 수정안을 끼워넣어, ‘더 순수한’ 농산물이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하지 않을 때엔 자신들도 ‘유기농’ 범주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역시 로비 덕이다.

이명박 정부가 미국 쇠고기 수출증명(EV) 프로그램을 미국 쪽에 요청했다고 한다. 수출증명은 미 농무부가 각 나라의 수입 위생조건에 맞는 쇠고기를 수출하기 위해 작업장을 감독하는 체계다. 그런데 과연 미 농무부는 얼마나 믿을 만할까.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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