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25 19:56
수정 : 2008.06.26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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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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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만일 사진이 좋지 않다면, 그건 당신이 충분히 접근하지 않은 탓이다.”
전설적인 종군사진가인 로버트 카파는 전장에서도 그러한 ‘카파이즘’을 추구했다. 그의 이름을 세상에 각인시킨 것은 1936년 스페인 내전에서 찍은 병사의 죽음 사진이다. 스페인 인민전선파 병사가 참호를 뛰쳐나오다가 날아오는 기관총탄에 맞아 양팔을 벌린 채 쓰러지는 순간을 잡았다. 이후 그는 여러 전쟁터의 최일선을 누비며 인간이 저지른 가장 추악한 폭력을 줄기차게 고발했다. 카파는 단순히 내 편과 네 편의 구분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절박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내면세계를 표현했다고 평가받는다. 그는 결국 1954년 다섯 번째로 취재하던 인도차이나 전장에서 지뢰를 밟아 41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카파이즘은 휴머니즘과 현장주의다. 카파의 정신은 1947년 그가 주도해 만든 매그넘에 살아 있다. 세계적 사진가 50여명으로 구성된 매그넘은 이념과 자본을 떠나 ‘자유로운 영혼’으로 역사를 기록하며 독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해왔다. 현역 작가인 알렉스 웹은 말한다. “내가 아는 유일한 현장 접근 방식은 걷는 것밖에 없다. 거리의 사진가라면 모름지기 늘 걸어라. 그리고 보라. 그리고 기다렸다가 말을 건네고, 또 보고, 또 기다려라.” 그는 수천㎞의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를 걸어서 대표작 ‘크로싱’을 만들었다. 매그넘은 라틴어로 위대하다는 뜻이다. 총의 내포적 의미로 강인함을, 그리고 샴페인 양식에서 축하의 의미가 있다.
매그넘 회원에 아쉽게도 우리나라 작가는 없다. 그러나 서울 거리는 매그넘의 분신들로 넘쳐난다. 휴머니즘과 현장주의로 무장한 거리의 시민기자들은 시위 참여자들의 생생한 모습과 목소리를 가감없이 전달하고 기성 언론들은 뒤좇기에 바쁘다. 매그넘 작가들이 한국을 찍은 ‘매그넘 코리아’ 전시회(www.magnumkorea.com)가 때마침 열린다니 반갑다.
정영무 논설위원
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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