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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30 20:12 수정 : 2008.06.30 20:12

곽병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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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항쟁 당시 방송을 통해 흘러나오는 애국가와 함께 집단 발포는 시작됐다. 그로부터 28년 뒤 촛불에 대한 전면적인 폭력 행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가 정체성 훼손 운운 발언과 함께 시작됐다. 지엽적인 문제지만, 그가 말한 국가 정체성의 개념은 대한민국의 수험생들을 심각한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교과서적 의미에서 국가 정체성이란, 한 개인이 국가나 민족에 대해 갖고 있는 감정이나 신념체계를 뜻한다. 그가 특정 국가에 소속감을 느끼고, 또 국민의 일원으로서 유대감과 자각을 하고 있다면 국가 정체성이 형성됐다고 말한다. 이런 국가 정체성은 국가와 민족에 대한 충성심이나 애국심, 혹은 배타적 민족주의 감정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국가가 지향하는 체제와 이상, 즉 자유민주주의 체제나 시장경제를 뜻하는 것으로서 국가 정체성을 거론한 듯하다. 그것은 국가 이념이라고 표현해야 정확하다. 그러나 그가 그런 뜻으로 사용했다 해도 혼란은 피할 수 없다. 헌법 전문이 규정하고 있는바 국가 이념이나 이상은 3·1 운동과 자주민족 정신, 4·19 혁명과 민주정신, 평화통일과 자유민주 정신이 그것이다.

나아가 국체나 정체를 뜻하는 것이라 해도 상식과 어긋난다. 헌법 1조가 명시하고 있는 국체는 민주공화국(1항)이다. 공화제에 맞선 국체가 군주제다. 정체란 통치권의 행사 방식을 뜻한다. 2항의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했다. 권력이 국민이 아니라 1인에게서 나오는 것은 전제군주제 혹은 독재체제이다. 국체와 정체를 함께 표현하는 것이 민주공화국이다.

국민의 건강 주권을 멋대로 포기하고, 주권자를 폭력으로 억누르고, 미국을 섬기면서 국가 정체성 운운하는 건 가소로운 일이다. 위정자 잘못 만나 고생하는 국가 정체성이 안타깝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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