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10 20:21
수정 : 2008.07.1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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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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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출동할 때마다 마치 ‘서부의 총잡이’가 되는 것 같다. 중요한 현장이라면 극도의 흥분감과 초조감에 사로잡힌다. 때론 죽느냐 사느냐의 비장감까지 든다. 하지만 총과 카메라의 차이는 엄청나다. 총은 죽여 없애지만 카메라는 영원히 살게 한다. 취재 현장에서 사진기자의 후퇴는 용납되지 않는다. 설령 다리가 부러진다 해도 포기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용맹함과 강심장, 돌파력, 뚝심, 그리고 비정함이 사진기자의 능력을 가름하기도 한다.” <사진기자는 만세를 부르지 않는다>(눈빛, 이종찬 지음)
마감시간에 쫓기며 순간을 포착해야 하는 사진기자는 5초만 늦어도 안 되고 10m만 벗어나도 낭패를 보기 쉽다. 그래서 연출의 유혹을 받는다고 한다. 연출은 시간을 절약하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보도할 수 없어 보이는 사건도 연출을 통해 중요한 사건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결과만 좋다면 미덕이 되기도 한다.
최근 어느 신문이 자사 기자가 음식점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 사진을 시민들이 먹는 것처럼 실었다가 사과했다. 사진을 찍을 당시에 손님이 없었는데도 민감한 사안을 꾸몄다면 연출의 정도를 벗어나는 일이다. 실사와 연출에 관한 논쟁도 존재하는 사실을 돋보이게 하려는 기법을 둘러싼 것이다.
매그넘 사진작가인 이언 베리는 “원하는 대로 구성해서 세팅을 해놓고 찍는다면 그건 보도가 아니라 선전”이라며 “더구나 스스로 의도를 갖고 연출했다면 해고감”이라고 말했다. ‘매그넘 코리아’ 전시회 참석차 서울에 머물고 있는 그는 “사진가는 관찰자일 수밖에 없다. 조용히 움직여서 상대가 나를 의식하지 못할 때 찍어야 한다. 피사체에 대한 존중이나 이해가 없는 사진은 안 된다”고 보도사진의 원칙을 밝혔다.
정영무 논설위원
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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