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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13 21:11 수정 : 2008.07.13 21:11

권태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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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 세계여성학대회에 참가하느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지냈다. 어느 정도 해외여행을 해본 터이지만 이번 여행의 기억은 각별하다. 스페인 사람들의 따뜻함 때문이다. 마드리드 공항에서 호텔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환승할 때의 일이다. 한 노인이 더위에 탈진했는지 승강장에서 주저앉았다. 옆에 있던 승객 몇몇이 할머니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탈 열차가 도착했는데도 부채질을 해주거나 물을 건네면서 할머니를 돌봤다.

호텔 인근이라고 생각한 역에서 내렸지만, 예약한 호텔은 보이지 않았다. 근처의 한 여성에게 호텔 주소를 보여주었지만, 고개를 젓는다. 당혹해서 서 있는데 길 가던 젊은이가 되돌아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호텔을 찾고 있다고 했더니 도와주겠단다. 화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20분이나 함께 걸어서 예약한 호텔까지 데려다 줬다. 가는 길에 마드리드는 소매치기만 조심하면 결코 위험한 도시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프라도 미술관, 레나 소피아 미술관, 마요르광장 등 볼거리 소개도 잊지 않았다.

일주일 동안 여러 차례 비슷한 일을 겪으며 두 사례가 예외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스페인 사람들이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영어를 몰라도 스페인 말과 몸짓, 손짓으로 길을 가르쳐 주고 정 안 되면 직접 데려다 주었다.

돌아와 업무에 복귀한 첫날, 금강산 관광에 나섰던 한국 여성이 북한군의 총을 맞고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북한은 그가 통제지역에 들어왔고, 정지 명령을 했는데도 도망쳤기 때문에 총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그 여성이 길을 잘못 들어 그곳에 들어갔고, 정지 명령에 너무 놀란 나머지 도망쳤을 것이란 상식적 추론을 불가능하게 만든 것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마드리드와 금강산, 인간에 대한 예의의 거리가 너무 멀다.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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