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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30 19:47 수정 : 2008.07.30 19:47

여현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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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토요일 아침, 베이징 근교 골프장에 한국 대사관 간부, 기업인, 특파원들이 여럿 모였다. 평온하고 화기애애한 단체 골프모임이었다. 골프를 막 시작했을 때, 앞서 출발해 골프를 하던 일본 특파원들이 헐레벌떡 되돌아왔다. 사람들이 놀라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 일본 특파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아니, 소식 못 들었어요?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다고, 본사에서 빨리 북한 국경으로 가랍니다.”

1994년 7월9일의 일이다. 당시 그 소식에 기절초풍했던 이들 가운데는 국가안전기획부(지금의 국가정보원)에서 파견된 정보 담당 공사도 있었다.

급히 대사관으로 돌아온 대사와 공사 등이 각기 중국 정부의 파트너들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하나같이 응답조차 없었다. 정보망 붕괴다. 안기부 파견 정보공사건 외교부 출신 정무공사건 단파 라디오로 정오(베이징 시각 오전 11시) 공식 사망 발표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한겨레>가 베이징 특파원을 보내기 전, 그 사정을 지켜본 이들의 회고다.

나중에 알려지기로 중국 정부는 그 전날인 8일 새벽 김 주석 사망 직후 이를 통보받았다고 한다. 단둥에선 발표 전날 평상시보다 훨씬 많은 곡물 트럭이 줄지어 신의주로 향하는 등 이상징후도 여럿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몰랐으니 전형적인 ‘정보 실패’다.

정보 실패에는 적합한 정보를 전혀 획득할 수 없는 경우 말고도, 분석 과정에서의 혼돈으로 자료가 무시되거나 잘못 해석되는 경우도 있다.(아브람 슐스키 등 <국가정보의 이해>) 전자가 무능이라면, 후자는 태만과 왜곡이다. 미국은 30여년 전에 이미 독도를 ‘리앙쿠르 바위’로 표기하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주권 미지정 지역’이라는 분류를 새로 만들어 독도를 여기에 포함되도록 했다. 정부는 이런 사실들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고 한다. 무능 때문이건 왜곡 탓이건 외교부와 국정원 등 정부의 총체적 정보 실패다.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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