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9.01 21:22
수정 : 2008.09.01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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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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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그리스어에 어원을 둔 안드로이드는 인간과 닮은 로봇을 뜻한다. 10만마력의 힘을 가졌고 60개국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우주소년 아톰에서, “돌아올 거야”를 말하던 터미네이터가 그런 부류다.
요즘 안드로이드란 단어가 다시 요란스럽게 등장했다. 구글이 개발한 이동전화 운영체제 이름이다. 이 운영체제를 넣은 첫 이동전화 단말기가 이르면 이달 안에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다. 방식은 여전히 구글스럽다. 웹에서 그랬던 것처럼 구글은 안드로이드의 출입문을 활짝 열었다. 요리로 치자면 칼, 도마 같은 도구(SDK)와 음식재료(API)를 누구나 가져다가 새로운 맛의 요리를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개발된 프로그램은 구글이 개설한 온라인 시장에서 거래되거나 무료로 배포된다. 1천만달러의 상금을 걸고, 프로그램 개발 콘테스트도 열었다. 며칠 전 발표된 수상작들을 보면 아이디어가 넘친다. 서점에서 단말기 카메라로 책 바코드를 읽으면, 웹에 있는 책 소개, 서평이 뜬다. 전자제품 바코드를 읽으면 가격이 싼 근처 가게를 구글 맵으로 보여준다. 앞으로 전세계 개발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수백~수천 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쏟아낼 것이다. 업체는 마당(플랫폼)을 만들고 문을 열어두면 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구글은 울창한 생태계 속에 광고를 얹는다. 웹에서도 그렇게 돈을 벌었다. 앞서 나온 아이폰을 만든 애플도, 심비안 운영체제를 사들인 노키아도 이제 닮은 전략을 쓰고 있다.
때론 정부의 울타리 속에서, 때론 힘들게 개발한 기술 하나로 커온 국내 대기업들에겐 당황스러운 비즈니스 패러다임이다. 세상은 열려 있고, 군중은 똑똑한 개인보다 우월하다. 열고 공유하고 나누는 것은 인간적이다. 그것이 가장 비즈니스적인 행동이 되어가는 세상에 우린 살고 있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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