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9.04 20:40 수정 : 2008.09.04 20:40

권태선 논설위원

유레카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깜짝 등장한 세라 페일린이 화제다. 워싱턴 정가에 낯선 인물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다운증후군을 앓는 젖먹이를 포함해 다섯 아이를 둔 엄마의 등장에 대한 공화당 우파들의 환호성이 다 올라가기도 전에 페일린은 17살짜리 딸이 임신 5개월임을 밝혀야 했다. 뒤이어 언론이 그의 각종 의혹을 들춰냈다. 이런 보도에 대해 페일린은 어제 전당대회에서 워싱턴 아웃사이더에 대한 거부라고 받아쳤다. 공화당 인사들도 성차별적 보도라고 거들고 나섰다.

부통령 후보 딸의 혼전 임신 여부는 사적 영역의 문제이고 후보의 자질과 관련이 없다는 주장은 옳다. 문제는 공화당이 80년대 이래 ‘가족의 가치’를 중요한 이념으로 내걸어왔다는 점이다.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에 대해서 당시 부통령이던 댄 퀘일이 가족의 가치가 파괴된 탓이라고 했던 것이 단적인 예다. 퀘일은 전문직 미혼모를 그린 텔레비전 프로그램 ‘머피 브라운’을 가족의 가치를 파괴하는 예라고 주장했다. 기독교 윤리에 입각한 가족의 가치를 내세우는 공화당은 낙태와 혼전 성경험, 동성애, 동성결혼 등에 반대해왔다. 청소년들에게 피임법 등 성교육을 하는 것도 반대한다. 금욕을 가르치면 된다는 것이다.

페일린 역시 가족의 가치를 전면에 내걸고 정치 인생을 시작했다. 공격적 낙태반대론자인 그는 도서관에서 자신의 생각과 다른 책을 추방하려 했다. 10대 미혼모는 가족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존재라며 그들에 대한 지원금도 삭감했다. 그의 딸의 혼전 임신은 그나 공화당의 주장과 정책이 옳은 것인지 묻고 있다. 더군다나 그는 자신의 선거를 위해, 밝히지 않아도 될 딸의 혼전 임신과 아기를 기를 능력도 없는 10대들의 결혼계획을 공표했다. 부모의 삶을 위해 자식을 희생시켜도 되는 것이 페일린과 미국 공화당의 가족의 가치인 모양이다.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유레카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