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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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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1960년 대선에서 승리한 존 에프 케네디는 미국 역사상 첫 비개신교도 대통령이었다. 그는 천주교인이었다. 청교도가 세운 나라 미국에서 비개신교도가 대통령이 된다는 건 당시로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케네디는 선거유세 때 “나의 종교적 믿음은 국정운영에 전혀 개입되지 않을 것이며, 만약 두 가지가 충돌한다면 종교를 버리겠다”고 약속했다. 그 뒤 종교는 미국 정치의 전면에서 모습을 감췄다.종교를 정치의 중심에 부활시킨 건 조지 부시 현 대통령이다. 2000년 선거 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철학자’를 묻는 질문에 부시는 “예수 그리스도”라고 당당히 대답했다. 그는 백악관에 입성한 뒤에도 신앙이 정책 결정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감추지 않았다. 2003년 <레이디스홈저널> 인터뷰에서 부시는 “매일 아침 성경과 찰스 스탠리의 기도문을 읽는다. 성경은 ‘사랑과 연민’을 이야기한다. 그건 나에게 큰 위안을 준다”고 말했다. 또 “성경이 나에게 에이즈 정책에 대한 영감을 불어넣었다”고 고백했다.
신앙심이 매우 깊다는 점에서 부시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은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이 쉽게 친해진 덴 종교적 배경이 작용했다는 걸 정부 관계자들도 부인하지 않는다. 지난 4월 워싱턴을 방문한 이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 산장에서 부시와 저녁을 함께하며 신앙에 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지난달 부시가 서울에 왔을 때는 조용기 목사가 청와대 만찬에 동석해, 역시 신앙 문제를 주된 화제에 올렸다고 한다.
그러나 부시의 종교 몰입은 전세계에 ‘사랑과 연민’을 가져다주진 못했다. 기독교 신앙에 기초한 ‘테러와의 전쟁’은 7년이 지난 지금 실패로 끝나고 있다. 낙태와 동성결혼 문제에서의 강경한 태도는 미국사회 대립을 더 심화시켰다.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는 순간, 그 숭고한 가치는 세속적인 갈등 속에 길을 잃는 경우가 많다.
박찬수 논설위원 pcs@hani.co.kr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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