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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9.18 21:05 수정 : 2008.09.18 21:05

권태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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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전이 치열해지면, 실언이나 거짓말이 판세를 바꾸는 일도 없지 않다. 2004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존 케리가 거짓말쟁이란 비판으로 곤욕을 치렀고, 1992년엔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그 피해자가 됐다. 중반으로 돌입한 올해 미국 대선에서도 거짓말과 실언이 파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거짓말 논란의 주역은 존 매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 그의 경제고문 칼리 피오리나가 실언의 주인공이다. 공화당은 매케인의 정책이 부시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며 “돼지에 립스틱을 발라도 돼지는 돼지”라고 한 오바마의 발언을 부통령 후보인 세라 페일린을 겨냥한 성차별적 발언으로 모는 광고를 내보냈다. 한 방송 진행자가 매케인에게 이게 거짓말이 아니냐고 묻자 매케인은 “실제로 거짓말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를 본 <워싱턴 포스트>의 한 칼럼니스트는 그 광고는 누가 뭐래도 거짓말이라며 정직을 신념으로 삼았던 매케인의 타락을 질타했다.

이 와중에 피오리나의 실언이 터져나왔다.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신청 등으로 유권자의 관심이 경제로 쏠린 가운데 세라 페일린이 휼렛패커드 같은 대기업을 운영할 능력을 갖췄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받은 피오리나가 “노!”라고 답한 것이다. 발언이 큰 파문을 빚자 그는 해명에 나섰다. “존 매케인이나 버락 오바마, 조지프 바이든도 휼렛패커드를 경영하진 못한다”고. 그러나 이 해명은 불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오바마 진영이 그의 말을 즉각 낚아채 “자신의 수석 경제고문조차 회사 하나도 경영하지 못할 것으로 보는데, 어떻게 매케인이 금융위기 와중에 있는 세계 최대의 경제를 운영할 수 있단 말인가”고 몰아쳤다. 격분한 매케인은 피오리나에게 언론접촉 금지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다른 이를 속이기 위해 자신이 믿는 진실을 배반하는 거짓말과 자신의 믿음을 정치적 고려 없이 내뱉은 실언 가운데 무엇이 더 큰 잘못일까?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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