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9.29 21:26
수정 : 2008.09.29 21:26
|
함석진 기자
|
유레카
수는 군더더기가 없다. 있는 그대로 많고 적음을 나타낸다. 공식은 정직하다. 수가 들어가면 어김없이 규격대로 가공품이 나온다. 그 약속은 수를 아름답게 한다. 경제, 정치, 사회, 어느 구석 하나 예측 가능하지 않고 제멋대로인 요즘 세상에서 수의 간결함과 충직성은 그대로가 덕목일지 모르겠다.
이치로 다져진 수의 세계에서도 별종은 있다. 소수다. 2, 3, 5, 7처럼 1과 그 자신으로밖에 나눠지지 않는 수다. 소수는 무한한 자연수 세계에 제멋대로 흩어져 있다. 인류는 아직 소수의 생성과 분포 규칙을 찾지 못했다. 독일 베른하르트 리만이 소수의 존재 규칙을 발표했지만 가설로 남아 있다. 증명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백년 뒤에 다시 태어나면 눈을 뜨자마자 “리만 가설은 증명되었는가?”라고 물어보겠다고 한 수학자도 있다. 소수 생성 함수를 찾지 못했으니, 가장 큰 소수는 우주에서 별 찾는 일처럼 발견의 영역에 남아 있다. 하나하나 대입해서 나누는 연산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슈퍼컴퓨터로 수십년, 수백년이 걸리는 일이다.
최근 큰 소수 신기록이 나왔다. 미국 한 대학 연구팀이 76대의 고성능 컴퓨터를 동원해 찾아낸 이 수는 ‘2의 4311만 2609 제곱-1’이다. 이 정도면 우리 삶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무의미한 숫자로만 보이지만, 우리가 늘 사용하는 인터넷의 암호체계는 이 소수가 근간을 이룬다. 소수가 아직 원리의 비밀을 드러내지 않은 덕분이다. 큰 두 소수를 곱하기는 쉬워도, 큰 수가 어떤 소수의 곱으로 이뤄졌는지 찾기는 어렵다.
소수는 인간의 삶과 닮았다. 삶은 공식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나하나 존엄하게 존재할 뿐이다. 그 개별 삶의 총합이 경제라면, 그것을 풀 만능 함수는 애초 없는지 모르겠다. 모든 것을 숫자로 환치시켜 공식을 찾는 방식으로 지금의 경제 문제가 풀릴까 싶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