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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01 19:53 수정 : 2008.10.01 19:53

정영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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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에 새의 형상을 한 세이렌은 지중해 연안의 바다 요정이다. 호머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서 세이렌은 달콤한 노래로 뱃사람을 유혹한다. 세이렌의 노래에 홀린 뱃사람들은 넋을 잃고 바다에 빠져 죽었다.

트로이 전쟁의 영웅이자 오디세이아의 왕인 율리시스는 10년 모험의 길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그네의 노래가 듣고 싶었다. 부하들의 귀를 밀초를 녹여 막고 자신의 사지를 돛대에 묶게 하고는 계속 노를 젓게 한다. 세이렌의 매혹적인 노래에 이끌려 모두 죽음의 길로 빠져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달콤한 노래에 홀린 그는 풀어달라고 명령하지만 귀를 막은 부하들은 듣지 못했고, 그 덕에 생환한다.

모든 투기는 야누스의 얼굴을 하고 있으며 인간은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열기에 사로잡힌다고 역사학자 찰스 메케이는 정리했다. 투기는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들어맞으면 선구적 행위라고 부르고, 실패하면 고등 사기, 망상이라고 한다. 이 인간학적 기본 정신 상태는 금융시장에서 주로 반복해서 나타나며 첨단 컴퓨터 시대에도 변함없다. 자기비판적이고 합리적인 이성은 투기 상승 단계에는 비합리적인 충동의 힘으로 무력화되고 흐려진다. 엄청난 행복감이 생겨나고 도취감 속에서 무한으로 인도된다고 한다. 반대의 경우도 비슷하다.

주식 투자로 620억달러의 재산을 모아 세계 최고 부자에 오른 워런 버핏은 최근 발간한 자서전에서 인생은 스노볼(눈덩이) 같다면서 ‘잘 뭉쳐지는 눈과 긴 언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는 배우자 고르듯 투자처를 찾고 10년 보유하지 않을 주식이면 10분도 보유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감정과 분위기에 휩쓸려선 안 된다는 투자원칙은 요즘 같은 장세에 더욱 귀담아 들을 만하다. 버핏은 월스트리트의 투자경향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 몸을 돛대에 묶은 것처럼 해서 눈덩이를 키웠다.

정영무 논설위원 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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