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0.02 22:06
수정 : 2008.10.02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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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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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우리 시각으로 오늘 아침 10시 미국 부통령 후보 토론이 벌어진다. 부통령 후보 토론은 통상 대통령 후보 토론에 가려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이번은 예외가 될 듯하다. 인구 70만명의 알래스카 주지사에서 일약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된 세라 페일린 덕분이다. 공화당 전당대회를 며칠 앞두고 깜작 등장한 페일린은 극단적 낙태반대 주장 등으로 기독교 우파를 결집시키며 한때 매케인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노릇을 했다. 그러나 시장 재임 때의 비리들이 드러나고 몇 차례 회견에서 자질의 한계를 노출하면서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자진 사퇴 요구가 나올 정도로 상황이 반전됐다. 이번 토론이 페일린은 물론 공화당에 그가 부통령 자질이 있음을 보여줘야 하는 중요한 자리가 된 까닭이다.
따라서 토론의 관전 포인트는 페일린이다. 조지프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겐 잘해봤자 본전인 싸움이 됐다. 미국 유권자들은 텔레비전 개그 프로그램의 소재가 돼 버린 페일린에게 큰 기대를 안 해 그가 어느 정도만 해도 긍정 평가할 공산이 큰 탓이다. 예상보다 나았던 전당대회 연설을 통해 인기몰이를 했던 전례가 되살아나지 말란 법도 없다. 그래서 매케인 선거운동 본부는 대규모 과외진을 붙여 사흘 동안 토론 대비 합숙훈련까지 했다.
미국 대통령 후보 간 토론의 역사는 1960년 존 에프 케네디와 리처드 닉슨이 열었다. 당시 토론은 전체 인구 1억7900만명 가운데 6600만명이 시청해 텔레비전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프로그램의 하나가 됐다. 부통령 후보 토론은 월터 먼데일과 보브 돌이 맞붙은 1976년 시작됐고, 80년을 건너뛴 뒤 84년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부통령 후보 토론은 애초 비당파적인 여성유권자연맹이 주관했지만, 87년 정당의 지나친 간섭에 반발해 주관을 거부한 뒤, 양당 합의로 대통령토론위원회를 꾸려 운영하고 있다.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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