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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06 21:27 수정 : 2008.10.06 21:27

곽병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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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여배우 이은주씨 자살 이후 한 달 동안 서울의 자살 건수는 하루 평균 0.93명에서 2.13명으로 늘었다. 같은 방법으로 자살한 이도 53.3%에서 79.6%로 늘었다. 2004년 대우건설 사장이 반포대교에서 투신하자, 반포대교가 투신의 명소가 되었다. 최근 안재환씨 사고 땐 연탄가스를 이용한 자살사고가 5건 잇따랐다.

세계보건기구가 자살 보도 기준을 제정해 신중한 보도를 권고하는 이유는 언론 보도의 이런 파급효과 때문이다. 한국에선 한국기자협회, 한국자살예방협회, 보건복지부가 공동으로 2004년 7월 자살 보도 지침을 채택해 각 언론사에 준수를 권고했다. 정몽헌·안상영·남상국·박태영씨 등 유명인의 자살이 잇따른 직후였다.

보도지침 전문은 “자살 의도를 가진 사람이 모두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아니며, 자살 보도가 그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어 다음의 사항을 권고했다. 자살자와 유족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유명인이라도 장소와 방법, 자세한 경위를 묘사해선 안 된다. 불충분한 정보로 자살 동기를 판단해선 안 되며, 자살을 미화하거나 고통의 해결 방법으로 오해하지 않도록 하고, 속보 및 특종 경쟁의 수단으로 다뤄선 안 된다. 세계보건기구는 여기에, 자살자 주변 사람이 겪을 고통과 자살 시도의 후유증에 대해 언급하라는 요청까지 덧붙였다.

언론사들은 적극적인 협조와 준수를 다짐했지만, 말뿐이다. 보도지침 시행 전후 1년씩 중앙일간지 네 곳의 자살 보도 내용을 비교한 결과, 자살 미화, 자살자 사진 공개, 유서 및 노트공개 등에선 비준수율이 시행 이전보다 높아졌다. 최근 안재환·최진실씨 사고에서 많은 언론사는 자살 현장 사진은 물론, 도구의 가격과 판매처까지 보도했다. 유족·지인들의 통곡도 생중계했다. 자살 바이러스와 다를 게 없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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