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태선 논설위원
|
유레카
미국에서 인종 문제는 금기 영역에 속한다. 노예제와 흑백 분리 역사를 거쳐 1960~70년대의 민권투쟁을 통해 백인과 유색 인종은 ‘법앞의 평등’을 이뤘다. 그러나 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에서 보듯 인종 갈등의 골은 사라지지 않았다. 인종적 편견은 내면화돼 문화나 종교라는 가면을 쓴 모습으로 등장할 뿐이다. 얼마 전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의 유세장에서 벌어졌던 일이 전형적인 예다.한 백인 여성 청중이 “난 오바마를 믿지 않아요. 그에 관해 읽었는데, 그는 아랍인이래요”라고 말했다. 매케인이 즉각 아니라고 정정해 줬지만, 그 여성은 그 후 한 언론과 만나 오바마에 대한 정보를 얻은 곳은 공화당 선거운동 사무소라고 밝히고, 오바마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선거 사무소에는 그런 내용을 담은 전단들이 많았고 많은 이들이 같은 이야기를 했다고도 전했다. 어제(한국시각) 마지막 텔레비전 토론을 끝으로 선거가 종반전을 향해 달려가는데, 계속 격차가 벌어지기만 하자 공화당 쪽이 인종적 편견을 부추기는 모양이다. ‘프리리퍼블릭 닷컴’ 같은 보수적 웹사이트들과 전자우편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유포되는 내용은 오바마는 기독교인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아랍계 무슬림이며, 60~70년대 테러리스트 그룹 지도자와 가까운 위험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엔엔>(CNN)의 앵커 캠벨 브라운은 오바마가 아랍계도 무슬림도 아닌 기독교 신자인 게 사실이지만, 설령 그가 무슬림인들 그게 무슨 문제냐고 묻는다. 그러나 그의 지당한 의견에 수긍하지 못하는 백인들이 여전히 많은 게 미국의 현실이다. <뉴욕 타임스>는 통상 인종문제와 관련한 색맹세대라고 여겨지는 미국의 20대들조차 피부색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보도했다. 11월4일 투표장에 들어간 유권자들이 후보의 피부색을 얼마나 의식할지가 벌써부터 관심의 초점이 되는 까닭이다.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