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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20 20:49 수정 : 2008.10.20 20:49

곽병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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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원망스럽다. 밭작물은 누리끼리 말라가고, 길가의 들풀엔 하얗게 먼지가 덮여 있으며, 나뭇잎은 단풍도 들기 전에 말라 오그라들고 있다. 수도권 미세먼지 농도는 예년의 2~3배로 건강을 위협한다. 지독한 가을 가뭄 탓이다.

가을 가뭄은 9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게 보통인데, 올해엔 8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 기간 중 서너 차례 한반도를 뒤흔들던 태풍도 모두 비켜갔다. 때문에 남부지방은 올가을 강우량이 평년의 20%에 불과하다. 남원·고흥·밀양·산청 지역은 35년 만에 최악이고, 부산은 기상 관측 이래 104년 만에 최악이라고 한다. 기상청은 이 가뭄이 내년 봄까지 계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가을엔 보통 대륙에서 이동해온 건조하고 한랭한 고기압이 한반도 부근에 머물러, 하늘은 맑고 습도는 낮은, 천고마비의 절기를 빚어낸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이런 현상이 지나쳐 농작물 피해는 물론 식수까지 위협했다. 2001년엔 농업용 저수지 저수율이 평년의 58%로 떨어져 최악의 가을 가뭄으로 꼽혔으나, 올해 남부지방은 이미 이를 넘어섰다. 이런 이상 현상은 서태평양의 해수온도가 상승하고, 동태평양에선 저수온 현상이 일어나는 라니냐와 연관짓는 견해가 많다. 라니냐는 비가 내려야 할 때 내리지 않고, 내리지 않아야 할 때 많은 비를 쏟아낸다.

요즘 도시에선 돈이 마르고, 시골에선 물마저 마른다. ‘값싸고 안전한 미국 소’ 파동으로 속이 뒤집혔던 농민은 이제 가을 가뭄으로 피가 마른다. 여기에 농민에게 돌아가야 할 직불금마저 땅주인이 가로챈 사실이 드러났으니, 농심의 상처엔 비 대신 소금만 뿌려지는 형국이다. 조선조엔 가뭄이 심하면 숭례문을 닫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이마저 불탔으니, 농심은 도대체 기댈 데가 없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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