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0.29 19:28
수정 : 2008.10.29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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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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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켈라다는 박식하고 자기확신에 차 있다. 그를 탐탁잖게 여긴 램지는 아내의 진주목걸이가 싸구려라고 했지만 켈라다는 진품이 맞다며 내기까지 건다. ‘달과 6펜스’로 유명한 영국 작가 서머싯 몸의 단편 ‘미스터 노 올’에 나오는 얘기다. 부인의 목에 걸린 진주목걸이는 떨어져 있던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에게서 받은 진짜였기 때문에 켈라다의 박식과 참견은 화근이 된다.
영국계 로이터 통신은 “이명박 대통령의 성과 강만수 장관의 중간 이름을 딴 ‘리·만 브러더스’라는 신랄한 조크가 한국 금융시장에 유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 리더십의 신뢰 위기가 심각하다는 안팎의 지적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둘 다 켈라다가 서러워할 ‘미스터 노 올’이다. ‘해 봤어? 하면 돼!’가 트레이드마크인 이 대통령은 경험 자산과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다. 강 장관은 무오류의 논리와 외환위기 경험으로 무장하고 있다.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고 하기 나름인 단선적 상황에서 ‘리·만 브러더스’의 조합은 빛날 수 있다. 그렇지만 경제사적으로 유례없는 경천동지할 복잡계에서의 의기투합은 나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우리가 경험하는 현상은 전혀 새로운 양상으로 오히려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쉽게 결론을 내리고 해법을 제시하려고 할수록 해결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158년의 관록과 자만이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를 좀먹었듯이, ‘리·만 브러더스’의 과신과 독단이 경제 리더십을 앙상하게 만들고 있다. 켈라다는 애원하듯 그를 바라보는 부인의 눈빛을 보고 결정적인 순간 인간적인 면모를 보인다. 분명 진짜 목걸이지만 모조품이 맞다고 스스로 바보연한 것이다. 시장은 눈빛을 헤아려 주고 담을 줄 아는 유연성, 그리고 다름과 공존하고 모호함을 참을 수 있는 성숙성을 갈구하고 있다.
정영무 논설위원
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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