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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12 21:12 수정 : 2008.11.12 21:12

정영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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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연애하려면 안도현은 음식 맛보듯 다양한 시를 접하라고 한다. 그리고 빗소리를 듣기 위해 세상 뜰 때 귀만 두고 가겠다고 노래한 황동규처럼 귀를 열고 세상을 들으라고 한다.

시적 관점은 대상을 여러 시각에서 바라보게 한다. 동서남북의 각각 다른 지점에서 보고 춘하추동의 각각 다른 시간에서 그것을 바로 보게 한다. 결코 즉물적이지 않다. 한 사람의 좁은 체험 세계 너머로 부단히 시야를 열어주는 것이다. 그러한 자유로운 관점은 사물과 사물의 연관성을 깨닫게 해준다. 한마디로 시적 관점은 사물이 맺고 있는 광범한 관계망을 드러낸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냐?’는 안도현의 시구는 좋은 보기다.

1972년 중국을 방문한 닉슨에게 마오쩌둥이 건넨 선물은 놀랍게도 굴원의 초사였다. 시를 쓰기도 한 마오는 초사를 손에서 한시도 놓은 일이 없었다고 한다. 신영복 교수는 인류사 최대의 드라마라고 하는 대장정은 남방 특유의 낭만주의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현실에 매달리지 않고 현실의 건너편을 보는 거시적 시각과 대담함이 곧 시적 상상력이다. 시심은 정치 지도자의 덕목이다. 소외되고 분열된 우리의 정서를 직시할 수 있게 해 주는 하나의 유력한 관점이기 때문이다.

오바마의 공감능력은 다문화적인 성장과정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시적 관점도 한몫한 듯하다. 그는 대학시절 시를 쓴 문학청년이었다. 이상만이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상을 실현하려면 냉철한 현실감각과 정치력이 필요하기에 ‘정치는 사업이 아니라 사명’이라는 그의 발걸음이 주목된다. 강만수 장관도 문학청년이었다. 문학적 열정이 강하다 보니 표현 욕구 또한 남달라 설화를 부르는 면이 있다고 한다. 시적 관점이 제약된 시적 기교가 정치라고 통할 리 없다.

정영무 논설위원 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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