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2.03 21:01
수정 : 2008.12.03 21:01
|
여현호 논설위원
|
유레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그제 재임 중 금융위기에 대해 “그렇게 된 데 대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장 후회스런 일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보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한 것을 꼽았다. 사과처럼 보이지만, 흔쾌하진 않다.
이조차도 때늦었다. 금융위기의 책임과 관련해,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시장 자율을 앞세운 자신의 이론에 결함이 있었다고 시인한 게 이미 10월23일의 일이다. 부시 대통령이 앞 정부를 탓하는 것도 비겁해 보인다. 예컨대, 금융위기의 주범이라는 신용디폴트스와프(CDS)는 2000년 9천억달러에서 2007년 45조5천억달러로 급팽창했다고 한다.
이라크전이 허위 정보를 핑계로 시작됐다는 사실도 진작에 드러났다. 2002년 8월 이후 부시 행정부 인사들은 여러 자리에서 이라크가 생화학무기를 보유·제조하고 있으며, 알카에다에 훈련까지 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대부분, 2001년 체포된 알카에다 요원 이븐 알 세이크 알 리비의 자백이 유일한 근거였다고 한다. 리비는 이집트의 미국 중앙정보국 비밀수용소에서 심하게 맞고, 가로·세로 50㎝ 상자에 17시간 동안 갇혀 있은 뒤, 그런 고문이 계속될 것이라는 협박을 받자 그렇게 진술했다. 당시에도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보고서가 있었지만, 부시 행정부는 이를 무시한 채 2003년 3월 전쟁을 강행했다.
리비는 그 뒤 자신의 자백이 거짓이었다고 밝혔다. 조지 테닛 당시 중앙정보국장도 개전 얼마 뒤 이라크 관련 정보의 핵심 내용이 실은 거짓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 사실은 오랫동안 묻혔다. 언론보도를 통해 정보조작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부시 대통령은 지금껏 사과를 거부해 왔다.
사실, 경제든 외교든 나중에 미안하다거나 후회된다고 말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들은 결코 아니다. 이명박 정부를 보며 조마조마한 심정인 것도 그 때문일 게다.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