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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10 19:29 수정 : 2008.12.10 19:29

정영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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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엠아이티(MIT) 대학의 에드워드 로렌츠는 현대 과학이 일식 같은 천체 운동은 정확하게 예측하면서도 날씨는 예측하지 못하는 데 의문을 품고, 1961년 날씨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모형을 만들었다. 그는 기상예측 모형의 초기 조건값을 1천분의 1씩 다르게 주었을 때 결과에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는 것을 발견하고,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주 토네이도의 원인이 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어떤 결과도 처음엔 감지조차 되지 않는 작은 변화에서 비롯된다는 ‘나비 효과’다. 이 원리는 무질서하게 보이는 혼돈 상태에도 논리적 법칙이 존재한다는 카오스이론의 토대가 됐다.

경기 예측도 복잡한 현상 속에 숨어 있는 질서를 밝혀내고 이해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날씨 예측과 다르지 않다. 경제 전망은 변수가 많은 복잡한 연립방정식을 푸는 것과 같다. 과거 패턴을 기반으로 만든 경기예측 모형에다가 각종 변수를 집어넣어 답을 구한 뒤 전문가 검증 작업을 거쳐 전망치를 내놓는다.

경제구조가 바뀌고 사람들의 행동이 달라지면 예측은 빗나갈 수밖에 없다. 지난 외환위기 때도 전망 따로 현실 따로였다. 새해 성장률 전망치가 4%에서 -3%까지 극과 극을 오가는 것은 변수의 나비 효과가 그때 이상으로 큰 탓이다. 편차는 크지만 잠재성장력을 밑도는 경기하강이란 흐름은 같아 영하의 체감온도를 예고하고 있다.

경기 예보가 일기예보와 다른 점은 관찰자의 분석이나 의지가 대상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예측의 제약보다 그 결과를 이용하는 사람의 과신이 문제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런 점에서 내일 한국은행의 전망 발표에 관심이 모인다. 그렇지만 지금 같은 격변기에는 이성으로 비관하되 의지로 낙관하라는 안토니오 그람시의 말처럼, 예측보다 행동이 관건이다.

정영무 논설위원 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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