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2.11 22:07
수정 : 2008.12.11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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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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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기술한 미국 국방부 산하 합동군사령부의 ‘2008 합동작전 환경평가보고서’가 논란을 일으켰다. 논란의 초점은 “아시아 대륙 연안에는 이미 5개 핵보유국이 있다”며 그 5개국을 “중국, 인도, 파키스탄, 북한, 러시아”라고 명기한 보고서 내용이 미국의 정책 변화를 의미하는가 하는 점이었다. 논란이 벌어지자 합동군사령부는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밝혔으나 기술한 내용 자체는 수정하지 않아 개운치 않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1970년 발효한 핵확산금지조약에 의거해 공식적으로 인정된 핵무기 보유국은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5개국뿐이다. 그 이후 스스로 핵무기 보유국임을 밝힌 나라는 인도, 파키스탄, 북한 등이다. 북한은 2006년 10월 핵실험을 감행한 뒤 스스로를 핵무기 보유국으로 선언했지만, 미국과 우리 정부는 그동안 일관되게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핵실험의 성공 여부에 대한 판단 문제도 있었지만,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 북한의 6자 회담 구도 변화 요구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북한은 미국의 체제 위협에 맞선 자위수단으로 핵무기를 보유하게 됐다고 주장하고, 따라서 미국과 북한은 위협 제거라는 동등한 입장에서 핵문제를 논의해야 하므로 6자 회담은 북한 핵뿐만 아니라 미국 핵도 논의하는 군축 회담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한국과 일본 내 핵 무장론이다. 북한의 핵실험 당시 <요미우리신문>을 비롯한 일본 우파 진영에서는 핵무장 논의 시작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고 국내에서도 같은 의견들이 속출했다. 미국은 당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핵우산 제공 의지를 재확인해야만 했다. 이런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는 핵무기 보유국 인정 논란은 동북아에 핵 도미노 현상을 초래하는 위험천만한 일이 될 수 있다.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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