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2.22 20:56
수정 : 2009.01.0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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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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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벌새는 새 가운데 가장 작은 새다. 그 중 가장 작은 종은 길이 5㎝, 무게 1.8g 정도다. 공중에 정지한 상태로 꿀을 따먹으려면 부지런히 날갯짓을 해야 한다. 많게는 1초에 80번을 퍼덕거린다.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사람이 그 정도의 동력을 내려면 하루에 햄버거 1300개를 먹고, 심장은 일 분에 1260번을 뛰어야 한다. 결국, 체온은 385℃로 올라가 온몸이 타버릴 것이다.” (조류학자 존 몰턴)
짧은 생을 불같이 살다가는 이 격정적인 새는 고작 1년을 산다. 가둬두면 살지 못한다. 먹잇감으로 잡힌 극한 상황에서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몇 초 만에 죽는다. 신비한 일을 벌이기도 한다. 아메리카 벌새 중 몇 종류는 꽃을 찾아 3200㎞를 이주한다. 한 번의 비행으로 멕시코만을 건너 800㎞를 날아간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이 작은 새가 어떻게 그 먼 거리를 날 수 있을까? 과학은 아직 이렇다 할 답을 찾지 못했다. 자유가 구속받지 않았을 때 나오는 불가해한 생명의 힘으로 풀기도 한다.
23일은 전국 중학생 학력평가 시험을 치르는 날이다. 학생들의 실력이 어느 수준인지를 파악해 효율적인 교육방법을 개발하기 위함이란다. 이를 반대하는 교사들에겐 어떤 학교, 어떤 교사가 무능력하고 나태한지가 드러나는 걸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몰아붙인다. 줄세우고 경쟁시켜 잡초를 뽑아내겠단다. 걸러진 1등들이 우리 전체를 먹여 살릴 거라고 한다. 당당하다.
“지렁이 많은 땅 저절로 자라는 풀들 가운데 대부분은 잡초가 아니다. 망초도 쇠비름도 마디풀도 다 나물거리고 약초다. 마찬가지로 살기 좋은 세상에서 잡초 같은 인생은 없다.” 교수 자리 버리고 시골로 내려가 10년째 농사를 짓고 사는 윤구병 전 충북대 교수의 말이다. 여린 벌새들이 자유롭게 비상하는 세상은 아직 멀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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