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1.07 20:08
수정 : 2009.01.0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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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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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역사라는 기차가 굽잇길을 돌 때마다 지식인들은 차창 밖으로 튕겨나간다고 마르크스는 말했다. 인구 폭발을 예언한 맬서스는 실제 수치들이 그래프를 비켜갔을 때 당대에 이미 기차 밖으로 퉁겨졌다.
하지만 인구론은 1798년 출간 당시 그토록 충격적인 논문이 없었을 정도로 공포의 이론이었다. 25년마다 지구의 절반이 떨어져 나가 없어진다면 사람들은 안전한 땅으로 옮겨 가려고 아우성칠 것이다. 맬서스의 예언은 이 시나리오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전율을 불러일으켰다. 지구가 쪼개지는 대신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식량생산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 그치므로 땅이 사라져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맬서스는 인구성장이 식량생산량에 의해 제어되는 상태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은 생계유지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금이 인상될 경우 노동자들은 자녀를 가지려 할 것이고 이는 곧 식량부족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간신히 먹고살게끔 해 출생률을 낮춰야 한다는 것으로 이른바 예방적 제어다. 맬서스는 예방적 제어가 실패할 경우 가장 먼저 희생물이 되는 계층은 다름 아닌 빈민들이기 때문에 우울하더라도 자신의 이론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고, 영국의 빈민구제법은 약화됐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4천원으로 주 40시간 일하면 월급은 83만6천원이다. 평균임금의 절반을 훨씬 밑돌아 노동자를 보호하고 최소한의 생계를 확보하는 데 실효가 있는지 의문스러운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높은 최저임금 수준이 일자리를 줄이고 경제에 부담을 준다며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낮춘다고 기업 형편이 좋아지고 경제가 살아나는 것도 아닌데, 피상적인 전제로 위험을 과장한 인구론과 유사한 논리를 펴고 있다. 지난해 곡물가 폭등으로 부활한 맬서스의 유령이 배회하는 듯하다.
정영무 논설위원
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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