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1.12 20:47
수정 : 2009.01.12 20:47
|
곽병찬 논설위원
|
유레카
‘황우석 연구부정 사건’이 터진 지 3년이 넘었다. 세기적 망신이었지만, 이땅에 연구윤리를 뿌리내리게 하는 계기가 됐다. 사건 전 10여곳에 불과하던 연구윤리성위원회 등의 기구가 2007년 말까지 72개 대학, 30개 정부출연 연구소, 9개 연구관리 관련기구에 설치됐다. 실천연구 윤리지침이라는 정부 훈령도 만들어졌다.
사실 이 사건이 아니더라도, 당시 우리 학계는 연구윤리 불모지대였다. 2007년 5월 박사학위자 6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위조(17.2%)거나 변조(27.4%)가 심각하다고 답변한 사람이 열에 두셋이나 됐다. 직간접 경험자가 그만큼 많았다. 연구윤리는 연구자의 귀찮은 일거리가 아니다. 연구자가 사회적 신뢰 속에서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지렛대다. 과학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은 과학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은, 공유주의(데이터와 결과 공유), 보편주의(과학적 성취로만 평가), 무사욕(개인적 혹은 정치적 이해관계와 무관), 회의주의(엄밀성과 증명을 추구) 규범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순수과학 시대에나 적용될 이 규범은 과학기술이 산업화되고, 돈과 명성으로 직결되면서 현실성을 잃게 됐다. 이에 따라 미국 윤리학자 레스닉이 제안한 12가지 윤리규칙, 곧 정직성·신중성·개방성·자유·명성·교육·사회적 책임·합법성·기회·상호존중·효율성·실험대상의 존중이 주목받게 됐다고 김환석 교수(국민대)는 전한다.
한국개발연구원의 경인운하 경제성 평가 보고서가 논란에 휩싸였다. 권력의 입맛에 맞춰 데이터 왜곡·조작, 의도된 오류 남발, 사회적 책임 방기 등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수십조원의 혈세를 낭비하고 국토를 유린하는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황우석 때보다 더 끔찍한 연구부정이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