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1.29 19:39 수정 : 2009.01.29 19:39

권태선 논설위원

유레카

요즘 세계 초·중등 교육에서 피사(PISA)라는 말처럼 위력 있는 단어는 드물다. 피사 성적 순위가 각국 초·중등 교육 수준을 재는 잣대라도 되는 양, 이 성적에 울고 웃는다. 항상 피사 성적 상위권에 속하는 핀란드 같은 나라는 이 성적을 자국 교육 모델을 자랑할 근거로 삼고, 독일이나 스웨덴처럼 교육 투자에 비해 성적이 낮게 나온 나라에서는 교육개혁 논란을 촉발할 촉매제로 이용한다.

피사는 경제협력개발기구가 회원국들의 요청에 따라 1990년대부터 준비해 2000년부터 시행에 들어간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의 머릿글자를 딴 약어다. 의무교육을 마친 시기의 학생들이 얼마나 지식과 기술을 획득했는지를 측정해 회원국의 교육이 지식기반 사회에 제대로 부합하는지 확인하는 게 목적이다. 시험은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3년마다 본다. 읽기·수학·과학이 평가 대상이며, 주 시험 과목은 2000년 읽기를 시작으로 수학, 과학 차례로 돌아가 올해는 다시 읽기가 주 시험 과목이 된다.

한국은 피사 성적 상위권에 속한다. 2000년 읽기에서 2위를 했고, 2003년 수학에서 3위를 했다. 2006년 과학에선 11위를 했지만, 수학과 읽기에선 각각 3위와 1위를 했다. 그러나 누구도 한국의 교육에 경탄하지 않는다. 핀란드 학생들은 가장 적은 시간을 공부에 투입하고도 그런 성적을 얻었지만, 한국 학생들의 성적은 사교육에 엄청난 돈과 시간을 퍼붓고서야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한국 학생들은 학습 의욕 상실이란 대가까지 치르고 있다. 한국의 여고를 방문한 적이 있다는 핀란드 한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은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차야 할 청소년기를 공부에 치여 보내는 한국 학생들이 불쌍하다고 했다. 외국인에게 이런 말을 듣는 일이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지만, 반박조차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유레카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