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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2.02 21:06 수정 : 2009.02.02 21:06

함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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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새해 일출을 보러 바다에 갔다가 풍등이란 걸 처음 보았다. 예닐곱 살쯤 되어 보이는 한 아이는 등갓에 “엄마 나 달리기에서 1등 했어”라고 적은 풍등을 하늘로 날려 보냈다.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은 아이는 먼바다로 날려가는 풍등을 바라보며 하늘에 있는 엄마와 그렇게 한참 동안 얘기를 나눴다. 그 아린 잔상은 지금도 남아 있다.

1592년 조선을 침략한 왜군 2만명은 진주성을 에워쌌다. 성안에 갇힌 병사와 백성들은 멀리 두고 온 가족들에게 생사를 전하기 위해 풍등을 띄웠다. 김시민 장군은 성 밖의 의병들에게 보내는 군사신호용으로 이 풍등을 썼다. 왜군은 10배가 넘는 병력으로도 패퇴했다. 해마다 10월 진주 남강에선 풍등과 유등(강물에 띄우는 등)으로 밤을 밝히는 축제가 열린다.

풍등은 종이 열기구다. 그래서 열등이라고도 한다. 요즘엔 철사를 엮어 만든 뼈대 위에 고체연료를 태울 자리를 만들고, 그 위에 조명등처럼 종이 갓을 만들어 씌운다. 풍등은 영어로 콩밍 랜턴(Kongming lantern)이라고 쓴다. 중국 촉나라 제갈공명이 풍등을 처음 만들어 쓴 것에서 유래했다. 상영 중인 <적벽대전2>에서 손권-유비 연합군이 조조군를 치는 화공(火攻) 장면의 풍등은 장관이다.

풍등은 신호다. 신호엔 바람이 담겨 있고, 바람은 대상과 통함으로 완성된다. 소통이다. 1일 밤 청계광장에 모인 많은 시민들은 ‘없는 이들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기원하며 100개의 풍등을 날렸다. 그 바람을 안은 풍등은 어디로 날아갔을지 …. 말끝마다 소통을 말하면서, 결국 상대를 침묵하게만 하는 그에게도 갔을까? 그는 아직, 밀리면 죽는다는 표정으로 “저 고지를 이틀 안에 점령하라”고만 외치고 있다.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이 간디의 말을 빌려 말한 대로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속도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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