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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2.09 18:45 수정 : 2009.02.09 19:33

곽병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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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마이클 스트라진스키는 한 제보자의 정보에 따라 로스앤젤레스(LA) 시청 지하실 문서보관 창고를 뒤졌다. 신문 더미 속에서 그가 발견한 것은 한 사이코패스가 저지른 연쇄 납치·살해 사건을 통해 드러난 엘에이 경찰의 추악한 모습이었다. 당시 경찰은 폭군으로 군림했지만, 정작 실종 사건은 하나도 해결하지 못했다. 원성이 높아지자 경찰은 한 떠돌이 소년을 실종된 월터 콜린스로 바꿔치기해 어머니(크리스틴 콜린스)에게 떠안겼다. 이 사건은 80년 뒤 영화 <체인질링>으로 복원됐다.

1920년대 미국 경찰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전후 사회적 혼란 속에서 범죄조직이 극성을 부리고, 자본가의 횡포와 러시아 혁명의 여파로 급진주의 경향이 팽창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윌슨 행정부의 미첼 파머 법무부 장관은 수사국을 만들어 사상범 검거에 나섰다. 에드거 후버의 지휘 아래 수사국은 20년 한 해에만 수천명을 체포했다. 태반은 죄명도 없고 재판도 받지 않았다.(파머 사건) 후버는 문제를 제기하거나 비판하는 사람은 뒷조사를 통해 획득한 악질적인 정보를 공개하거나, 수사선에 올렸다. 주 경찰에겐 범죄와의 전쟁을 핑계로 즉결처분권과 함께 기관총까지 주어 범죄 용의자나 저항하는 사람을 사살할 수 있도록 했다. 기고만장한 경찰은 재판이나 가족의 동의도 없이 시민을 정신병원에 보내 파멸시키기도 했다.

<체인질링> 속에서 크리스틴은 경찰의 더러운 공작을 언론에 밝히려 한다. 그러자 존스 반장은 “멋대로 사는 데 불편하니까 아들까지 버리려는 여자, 현실과 망상도 구별 못하는 정신병자”라며 그를 시립정신병원으로 보낸다. 그에겐 가장 치명적인 코드12 딱지를 붙였다. 경찰에 맞서고 비방한 ‘환자’라는 것이다.

<체인질링>은 요즘 이 정권이 반드시 봐야 할 영화로 꼽힌다. 그 이유를 알까?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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