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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2.11 20:17 수정 : 2009.02.11 20:19

여현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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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리언 퍼네타 내정자에 이르기까지 21명의 역대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들은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그리 가까운 사람들이 아니었다. 내부에서 승진한 이들도 적지 않았고, 같은 당이라도 대부분 군·의회·법조계 등에서 독자적으로 경력을 쌓은 인물들이었다. 민주당인 케네디 대통령은 보수파 공화당원인 존 매콘을 기용했고, 부시 대통령은 민주당 행정부 때 임명된 조지 테닛을 유임시키기도 했다. 거의 유일한 예외가 레이건 행정부 때의 윌리엄 케이시다.

케이시는 레이건 대통령의 개인적 친구였고, 1980년 대선의 선거 책임자였다. 언제라도 대통령을 따로 만날 수 있었던 케이시는, 그 힘을 마음껏 썼다. 그는 소련이 전세계 테러를 사주한다고 굳게 믿었다. 부하 직원들이 그게 사실은 중앙정보국 자신이 만든 흑색선전이라고 증거까지 들이댔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레이건이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칭한 것과 맥이 이어진다.

케이시는 재임 6년 동안 중앙정보국의 규모를 거의 두 배로 늘렸다. 소련의 음모에 맞선다며 아프가니스탄·니카라과·그레나다 등 곳곳에서 수십 건의 비밀공작을 벌였다. 그는 법적 제한이나 정치적 정당성 따위는 귀찮아했다고 한다. 당시 부국장이던 로버트 게이츠 현 국방장관은 1996년 낸 회고록 <음지에서>에서 케이시가 의회를 따돌리고 감독권을 조롱했다고 비난했다. 그런 탈법과 독선의 대표적인 결과가, 적성국가라는 이란에 무기를 몰래 팔고 그 돈으로 니카라과의 우파 콘트라 반군을 지원한 ‘이란-콘트라 스캔들’이다. 그의 퇴임 뒤, 중앙정보국은 온갖 법적·도덕적 비난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 인맥 1순위’라는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내정자가 “체제전복 세력에겐 정치가 침투 대상”이라며 정치사찰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 역시 케이시처럼 대통령의 심복이다. 사고방식도 비슷해 보인다. 앞으로 무슨 사달이 날까.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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