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16 21:24
수정 : 2009.03.16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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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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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물가 비싸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뉴욕에도 예외는 있다. 세를 얻어 살거나 건물이 임대아파트면 수도요금을 내지 않는다. 석유재벌 록펠러는 재산의 일부를 털어 정수시설과 운영비를 부담했다. 지금도 록펠러재단이 요금을 대신 내주고 있다.
당시 록펠러의 개인 재산을 지금 가치로 환산하면 1000억달러 정도 된다. 인류 역사에서 아직 기록이 깨지지 않았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은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최근 발표한 세계 부자 순위에서 다시 1위로 복귀했다. 그의 재산이 400억달러다. 은퇴한 뒤 록펠러의 말년은 사회공헌과 기부로 요약된다. 돈을 벌 땐 달랐다. 그의 비즈니스 세계에 도덕은 없었다. 그는 시장독점을 방해하는 어떤 요소도 가만 놔두지 않았다. 한 지역에서 경쟁 정유회사가 좀 성장한다 싶으면 그 지역에 들어가 기름값을 약탈적으로 낮췄다. 그 회사가 쪼그라들면 헐값에 사들이고서 기름값은 다시 ‘정상화’시켰다. 정부가 시장독점을 문제 삼자, 외형상 계열사들을 독립법인으로 유지시키고 그들의 경영권을 한곳에서 장악하는 ‘트러스트’ 방식으로 칼을 피하기도 했다. 록펠러는 이렇게 미국 정유시설 능력의 95%를 장악해 갔다. 은퇴한 뒤의 ‘다른 삶’은 쉽지 않았다. 1905년 보스턴의 한 교회는 록펠러가 기부한 10만달러를 받았다가, “더러운 돈을 당장 돌려보내라”는 신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기간에 “집 한 채만 남기고 가진 재산 전부를 내놓겠다”고 한 약속을 이제 지킬 모양이다. “호들갑 떨지 않겠다”는 그의 말대로 믿을 만한 곳을 골라 조용히 맡기면 될 일이었지만, 굳이 재단을 만들겠단다. 한국의 록펠러재단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치적 효과만 노리는 쪽으로 변질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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