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26 18:52
수정 : 2009.03.26 19:59
|
정석구 논설위원
|
유레카
정부나 기업, 가계 모두 살림살이 양태는 비슷하다. 수입이 늘어 주머니가 넉넉해지면 씀씀이도 풍족해지지만 수입이 줄면 지출을 줄이거나 빚을 내 메운다. 그 빚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면 부도를 내는 수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늘 주머니 상태를 꼼꼼히 챙기면서 적자 규모가 통제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나라 살림 상태가 어떤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통합재정수지와 관리대상수지란 게 있다. 통합재정수지는 말 그대로 나라 살림 전체(일반·특별회계 및 기금)의 수입과 지출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 통합수지는 외환위기 때 적자를 보였다가 2000년 이후 줄곧 흑자를 보여왔다. 우리 정부가 살림살이를 비교적 잘 해온 셈이다.
그런데 통합재정수지를 계산할 때 수입으로 잡혀 있는 항목 중 실제로는 꺼내 쓸 수 없는 게 들어 있다. 국민연금 기금 등 4대 사회보장성 기금 수입 등이 그것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보험료 수입이 점점 늘어나면서 지금은 큰 폭의 흑자를 보인다. 하지만 흑자 규모가 커도 미래에 지출해야 할 돈으로 남겨 놔야 하기 때문에 사정이 아무리 급해도 빼다 쓸 수 없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이들 4대 사회보장성 기금의 흑자를 빼고 계산한 게 관리대상수지다. 그래서 재정건전성을 따질 때는 실제로 사용 가능한 수입만을 계상한 관리대상수지를 사용하게 된다.
정부가 최근 ‘슈퍼 추경’을 하면서 관리대상수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관리대상수지 적자폭이 외환위기 때보다 커진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재정건전성이 좀 나빠지더라도 쓸 돈은 쓰겠다’는 주장이다. 관리대상수지 적자가 커지면 적자를 메우기 위해 빚(국가채무)을 늘려야 하고, 그 짐은 고스란히 우리 후대에 넘어간다. 후대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허리띠를 좀더 졸라매고 인내해야 할 때가 아닐까.
정석구 논설위원
twin86@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