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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29 21:29 수정 : 2009.03.29 21:29

권태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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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1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창설 60돌을 맞는 다음달 4일 나토에 완전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언론들은 사르코지의 이 발표를 전하며 ‘프랑스 예외주의의 종언’ 또는 ‘드골주의의 사망’이라고 표현했다. 프랑스 예외주의는 프랑스인에게는 프랑스의 위대함을 의미하는 말로 인식되지만 다른 나라에선 프랑스 국수주의로 폄하되기도 한다.

세상에 스스로 특별하지 않다고 여기는 나라가 없겠지만 프랑스인들은 좀 유난스럽다. 영국 런던대학의 더글러스 존슨 명예교수는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 프랑스대혁명을 든다. “근대적 민족국가와 근대성을 창조한 프랑스대혁명이 프랑스 국민을 특별히 특별한 존재로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2차대전에서 피점령국이 되면서 프랑스 예외주의는 쑥 들어가버렸다. 이 상황에서 다시 프랑스 예외주의를 끄집어 올린 이가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이다. “위대하지 않으면 프랑스가 아니다”라며 프랑스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노력한 그는 미국과 소련의 양대 진영으로 나뉘어 있던 당시 세계를 미국과 영국의 앵글로색슨권과, 프랑스와 독일의 유럽대륙 그리고 소련권으로 삼분하고자 했다. 독일과 유럽공동체를 추진하면서 영국을 배제하고, 대미종속을 극력 거부한 것은 그런 까닭에서였다. 그러므로 그가 1966년 린든 존슨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나토를 탈퇴하겠다며 프랑스 주둔 미군 철수를 요구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이 “위대한 프랑스가 영토에 대한 온전한 주권을 회복하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사르코지가 나토 복귀 결정은 단순히 효율성을 고려한 조처라고 의미를 축소하는데도 프랑스 내부에서 미국 주도 세계 질서의 하수인이 되려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프랑스 예외주의는 아직 죽지 않은 듯하다.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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