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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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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지난해부터 유튜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해킹 영상이 있다. 막스 코넬리스(26)라는 네덜란드의 한 대학원생이 만든 것들이다. 진위 여부를 떠나 내용이 충격적이다. 무선 노트북 컴퓨터로 한 전철역 통제실을 해킹한 뒤 전철 도착 플랫폼을 이리저리 바꾸기도 한다. 승객들은 방송에 따라 플랫폼을 몇 번씩 옮겨 다닌다. 또 한 지방 방송사를 해킹해서는 생방송 중 앵커가 읽는 프롬프터를 조작해 원고를 바꾼다. 자기 이름을 넣고 이 학생이 노벨상을 탔다고 치자, 앵커는 이를 그대로 읽는다. 고속도로에서는 시속 50㎞로 돼 있는 제한 속도를 5㎞로 바꾸기도 하고, 이동전화 무선인터넷을 이용해서는 수십층짜리 빌딩의 전등을 끄기도 한다. 웹에서는 아직 논쟁 중이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얘기가 없는 점만 봐도 조작된 영상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코넬리스는 네덜란드 법 테두리 안에서 한 행위라며 여전히 사실임을 주장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가능하기는 한 걸까? 어렵긴 해도 어느 것 하나 불가능하지는 않다. 교통 분야의 지능형 교통시스템(ITS)처럼 현대 전산망은 모든 시스템이 서로 연결되고 중앙 통제되는 방식으로 구축되고 있다. 보안을 위해 별도의 망을 두고 운용하더라도, 다른 망과 연결되는 접점은 있다. 금융기관들도 예전보다 훨씬 많은 부분이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는 추세다. 해커들이 자주 쓰는 표현으로 “길이 좁아도 길은 길이다”라는 말이 있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는 해커들에게 다시 없는 기회다. 정부든 기업이든 당장 급해 보이지 않는 보안 예산부터 줄이고 있다. 최근 중국에 근거를 둔 것으로 추정되는 해커 조직이 전 세계 103개국의 컴퓨터 시스템에 침투해 비밀문서를 빼 갔다는 주장은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웹 여론만 길들이려 하지 말고, 문단속부터 신경 쓸 일이다. 그 위험 수위는 국가적 재난이다. 막스 코넬리스 해킹 주장 영상들 〈자료:유투브〉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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