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4.06 21:24
수정 : 2009.04.06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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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현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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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골프 금지의 역사는 오래됐다. ‘골프’란 말이 처음 역사에 등장하는 것도 금지령과 함께였다. 기록을 보면, 1457년 3월6일 제임스 2세 치하의 스코틀랜드 의회는 잉글랜드와의 전쟁에 대비한 궁술 등 군사 훈련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일요일에는 축구와 골프를 금지하는 법령을 통과시켰다. 금지령은 별 소용이 없었던 것 같다. 사람들이 법을 무시한 채 골프를 즐긴다는 기록이 많이 전해진다. 1470년 제임스 3세가 금지령을 다시 내리고 1491년에는 제임스 4세가 위반자를 구속하고 높은 벌금을 부과하는 등 제재를 강화했지만 반발만 샀다. 결국, 1502년 잉글랜드와의 강화조약 체결과 함께 금지령은 폐지됐다.
중세 때 금지 대상이 된 골프가 지금의 골프와는 전혀 다른 것이라는 주장도 있긴 하다. 당시 스코틀랜드에서 골프라는 이름으로 행해졌던 게임은 여러 사람이 서로 몸을 부딪치며 작대기로 공을 다투는 원시 하키 비슷한 것으로, 유럽 전역에 비슷한 게임이 있었다는 것이다. ‘골프’(golf)란 말도 손잡이가 구부러진 양치기의 지팡이를 뜻하는 네덜란드어 ‘콜버’(kolve)나 ‘콜프’(kolf)에서 따온 것일 뿐, 육체적 충돌이 없는 지금의 골프와는 관련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런 게임 가운데는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작대기로 공을 쳐 옮기되 어느 팀이 가장 적게 치느냐로 다툰다는 점에선 골프와 비슷한 ‘주드말’(jeu de malle)도 있었지만, 이 역시 패싸움에 가까웠다고 한다. 1319년 프랑스가 공을 사용하는 모든 게임을 금지한 것도, 이런 폭력과 무질서로 인한 전투 능력의 손실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지난 3년간 평일에 군 골프장을 이용한 한국군 현역 장교가 연인원으로 9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기 위해서든 전투 능력의 손실을 막기 위해서든 뭔가 조처는 필요한 것 같다.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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