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4.08 22:12
수정 : 2009.04.08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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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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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지난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신흥 20개국(G20) 정상회의는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와 개도국에 대한 지원 합의 등 예상 이상의 성공을 거두면서 새로운 국제적 의사결정 기구로 대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회의는 세계경제의 한 축으로서 중국의 부상을 알린 회의이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 앞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중국과의 전략적 경제 대화를 국무장관과 재무장관이 함께 참여하는 전략과 경제 대화로 바꾸는 등 양국 관계를 한 단계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내년에 베이징을 방문해 전세계 경제·금융 문제에 관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두 나라가 위기에 빠진 세계경제를 구출할 책임이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이런 미-중 협력 관계의 중요성은 ‘G2’ 또는 ‘차이메리카’란 새로운 용어의 등장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차이메리카란 말을 처음 쓴 이는 미국 하버드대의 니얼 퍼거슨 교수다. 그는 미국이 빚에 의존해 살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현금인출기 노릇을 한 중국 때문이고 중국이 돈을 빌려줄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라는 시장 덕분이었다며, 두 나라의 이런 경제적 공생 관계를 차이메리카란 말로 규정했다. 따라서 두 나라는 공통 이익이 걸린 현재의 경제위기 극복에 공동 대처해야 하며, 그 방안은 달러시장의 요동을 막으면서 점진적으로 두 나라 사이의 무역 불균형을 줄여나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역할 확대론은 그뿐만 아니라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 많은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국은 이번 회의에서 어느 때보다 적극적 역할을 했다. 최종 성명에서 녹색성장에 대한 언급이 약해지고 보호주의 배격이 강조된 것은 중국의 입김 탓이었다고 한다. 현실화한 대륙의 굴기에 대한 대처 방안을 고민할 시점이다.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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