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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09 21:54 수정 : 2009.04.09 21:54

정석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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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나 마약 거래 등 불법으로 조성된 검은돈의 출처를 알 수 없게 만들어 깨끗한 돈인 것처럼 가장하는 게 돈세탁(money laundering)이다. 돈세탁이란 말은 1920년대 미국에서 마피아 같은 범죄 조직이 불법 주류 판매 등으로 벌어들인 수입을 주로 세탁소를 이용해 합법적인 소득인 것처럼 만든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요즘은 대부분 금융기관을 통해 돈세탁을 하고, 카지노나 보석상, 환전상 등이 동원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만들어진 ‘깨끗한 돈’이 늘 말썽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연루된 ‘박연차 사건’의 출발점에도 돈세탁이 자리 잡고 있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국내 차명계좌와 홍콩 현지법인 등을 통해 돈세탁을 한 뒤 이를 온갖 곳에 뿌리다 덜미가 잡혔다. 박 회장이나 돈 받은 사람들은 깨끗하게 세탁된 돈이라 문제가 안 될 것으로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아무리 최신 기법을 사용해도 검은돈에 남아 있는 흔적까지 지우기는 쉽지 않다.

돈세탁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는 2001년 제정된 자금세탁방지법(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있다. 금융기관 직원들이 돈세탁 혐의가 있다고 보이는 거래 등을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하도록 한 것이다. 2002년 300여건에 불과했던 혐의 거래 보고는 2007년 5만2천여건, 지난해는 9만2천여건으로 급증했다. 그렇다고 이런 장치로 돈세탁이 근절되리라 기대하긴 어렵다. 그물망이 촘촘해질수록 그물을 뚫는 기법도 새로워지고, 아예 그물을 찢고 나가는 통 큰 돈도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을 거쳐 돌고 도는 돈은 더럽혀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좀 불편해도 돈과는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게 좋다. 그런데도 이를 깨끗하다고 냉큼 받아먹다 패가망신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최첨단 세탁기와 바이오 세제의 성능을 너무 믿어서일까.

정석구 논설위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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