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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15 21:44 수정 : 2009.04.15 21:44

여현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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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미국 듀크대 라크로스팀 집단 성폭행 스캔들은 언론과 검찰의 처참한 실패담이다. 애초 검찰의 기소 내용과 언론 보도는 ‘라크로스팀 백인 선수 3명이 파티에 스트립걸로 나온 흑인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것이었다. 1년 뒤 드러난 진실은 ‘그런 사실이 없었다’는 것이다.

사건을 맡은 더럼 카운티의 마이크 나이퐁 검사는 유전자 검사에서 피고인들이 성폭행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나왔는데도 법정에서 이를 숨겼다. 피해 여성이 자꾸 말을 바꿔 믿기 어려웠는데도 매일같이 연 기자회견에선 “성폭행이 있었다고 확신한다”며 선수들을 ‘백인 불량배들’이라고 단정했다. 그는 곧 있을 검사 선거를 의식한 것 같다. 흑인과 노동자층이 많은 더럼에선 ‘부유한 백인 남자 대학생과 가난한 흑인 노동자 여성’이라는 구도는 정치적으로 인화성 높은 쟁점이었다.

언론으로서도 이는 구미가 당기는 기사감이었다. 증거가 없는데도 아무런 확인 없이 “아주 확실한 증거가 있다”는 검찰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기’했다. 언론 스스로 틀에 맞춰 의혹을 앞장서 부풀리기도 했다. 듀크대, 특히 운동부를 특권적인 지위를 누리는 안하무인의 백인 엘리트주의자들로 부각시키는 보도들이 많았다. 대부분의 언론이 유죄를 기정사실화하는 보도와 칼럼을 연일 내보냈다. 무죄를 입증하는 변호인단의 결정적인 증거조차 거짓말로 몰아붙이는 칼럼도 있었다. 나중에 나이퐁 검사는 면직과 함께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했다. 하지만 “과잉 보도의 고통스런 경험”(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로더)이었던 당시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한 언론은 많지 않았다.

‘박연차 사건’과 관련해서도 채 확인되지 않은 보도가 연일 나온다. 검찰까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하기 바쁘다. 여론의 법정에선 자칫 회복하기 힘든 피해를 끼칠 위험이 실제 법정보다 더 크다. 그래서 ‘확인’은 언론의 가장 큰 덕목이다.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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