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4.16 21:36 수정 : 2009.04.16 21:36

김종구 논설위원

유레카

영화나 드라마에서 앵커의 세계를 묘사하는 단어들은 야망, 성공, 피 말리는 경쟁 등이다. 미셸 파이퍼가 풋내기 여기자에서 유명 앵커로 성공하는 주인공으로 나오는 <업 클로즈 앤 퍼스널>이나, <브로드캐스트 뉴스> <네트워크> 등 언뜻 기억에 남는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다. 방송사가 대체로 음모와 배신이 판치는 냉혹한 세계로 그려지는 것도 특징이다.

앵커 자리를 둘러싼 알력은 실제로 ‘전설적인 앵커들’ 사이에서도 있었던 모양이다. 미국 역사상 최고의 앵커로 꼽히는 월터 크롱카이트는 자신의 뒤를 이어 <시비에스>(CBS)의 ‘이브닝 뉴스’ 앵커가 된 댄 래더에 대해 썩 감정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이 은퇴하기 전부터 래더가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끊임없이 시도한데다, 경쟁사인 <에이비시>(ABC)에서 래더를 빼가려고 한 게 크롱카이트의 은퇴 시기를 앞당겼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미국 방송사에서 앵커들의 특징과 개성은 뉴스 프로그램의 상표와 같다. ‘뛰어난 현장감각과 분석력’(<에이비시>의 피터 제닝스), ‘진보적이고 저돌적인 진행’(댄 래더), ‘친근하고 온화한 미소’(<엔비시>의 톰 브로코), 이런 식이다. 실제로 제닝스가 2005년 폐암으로 숨진 뒤에도 오랫동안 ‘피터 제닝스의 월드뉴스 투나잇’이란 이름이 계속 사용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비공식 조사지만, 우리나라 역대 앵커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로 지금은 고인이 된 이득렬씨와 엄기영 현 문화방송 사장이 꼽힌 것을 봤다. 대체로 친근하고 온화한 이미지의 앵커들이다. 그런 점에서 날카로운 분석력이나 촌철살인의 논평도 이에 대응하는 ‘개성 있는 상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도 정권이 느끼기에 조금 까칠한 ‘클로징 멘트’ 하나 용인하지 못해 앵커직을 ‘클로징’시키는 것은 정말 실망스럽다. 그것도 앵커 출신 사장이 말이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유레카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