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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23 21:33 수정 : 2009.04.23 21:34

권태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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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서랜던이 주연한 <데드맨 워킹>은 헬렌 프리진 수녀의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다. 영화는 프리진 수녀가 사형수 매슈 폰슬럿의 편지를 받는 것에서 시작한다. 강간살해범인 폰슬럿은, 주범은 사형을 면했으나 자신은 돈이 없어 변호사를 못 써 사형선고를 받았다며 도와달라고 매달린다. 수녀는 잔혹한 살해장면과 욕설을 퍼부어대는 폰슬럿의 기자회견을 보고 마음의 갈등을 겪지만 그래도 변호사를 구해 사형만은 면하게 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그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결국 폰슬럿은 사형을 당하게 된다. 막판으로 몰린 폰슬럿은 수녀에게 사형집행일까지 함께 있어 달라고 호소하고, 수녀는 주위의 만류와 희생자 가족들의 경멸을 무릅쓰고 그의 호소를 들어준다.

이 영화는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사형문제를 보려고 한다. 사형을 통해서라도 희생자의 한을 풀고자 하는 유가족들의 아픈 마음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국가가 법의 이름으로 다른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일이 과연 올바른지 묻는다.

그제 연쇄살인범 강호순씨가 사형을 선고받았다. 부녀자 8명 납치·살해 및 부인과 장모 살해 혐의가 모두 인정됐다. 강씨는 폰슬럿보다 죄질이 더 나쁘다. 이 때문에 강씨 사건을 계기로 우리도 사형 집행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사형제도에 대한 <데드맨 워킹>의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1977년 유엔의 사형 철폐 권고 결의안 이후 사형제 폐지가 세계적 추세가 된 것은 사형이 생명권을 국가가 직접 침해하는 반인권적 형벌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범죄 억제 효과도 없음이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77년 16개국이던 폐지국은 이제 92개국이 됐고, 우리나라 등 36개국은 10년 이상 집행을 정지해 사실상 사형폐지국이 됐다. 이른바 선진국 중 사형제가 있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 정도다.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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