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4.26 22:04
수정 : 2009.04.26 22:04
|
정석구 논설위원
|
정석구
경제성장률 전망만큼 고무줄 같은 것도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한국은행 등 권위 있는 국내외 기관의 전망치도 몇 달만 지나면 결과적으로 엉터리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장 큰 이유는 복잡다기한 경제현상을 정확히 예측하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은행이나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자체 개발한 경제예측 모델에 200개가 넘는 각종 변수를 대입해 성장률을 계산해 낸다. 하지만 유가나 환율 전망치 등이 서로 달라, 모델을 거쳐 나오는 성장률 전망치도 다를 수밖에 없다. 기관에 따라 연간 전망치 차이가 2~3%포인트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모델을 거쳐 나온 전망치를 ‘마사지’하는 과정에서 수치가 달라지기도 한다. 전망 기관들은 시장 분위기나 경제 심리 등 객관적으로 수치화할 수 없는 변수를 고려해 최종 전망치를 산정한다. 이때 기관에 따라 어떤 ‘의도’가 개입하기도 한다. 통상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가 낙관적이고 한국은행 전망치가 상대적으로 비관적인 것은 전망 기관의 의도가 개입됐다는 방증이다.
지난주 국제통화기금은 이전보다 훨씬 악화된 경제 전망치를 새로 내놨다. 금융위기가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독일이나 중국, 일본 등 각국 정부한테서 별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국제통화기금이 각국 정부의 추가 부양책을 끌어내려고 악화된 전망치를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신자유주의 대리인이었던 국제통화기금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세계 경제위기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재원도 2500억달러에서 7500억달러로 세 배나 늘어나게 됐다. 경제위기가 장기화할수록 이 기관의 역할은 더 커질 것이다. 그런 기관이 내놓은 비관적인 경제전망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그 답은 몇 달 뒤의 경제현실이 말해줄 것이다.
정석구 논설위원
twin86@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