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4.27 21:08
수정 : 2009.04.27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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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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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인간의 뇌에서 ‘파충류의 뇌’라 이르는 부위가 있다. 뇌간이다. 본능, 생식, 생명 유지 등 가장 원초적 부분을 관장한다. 파충류의 그것과 생김새가 닮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충동적인 파충류는 뇌의 대부분이 뇌간이다. 합리적 추론과 이성을 관장하는 대뇌피질이 고도로 발달한 인간은 어떤가? 그들이 참여하는 시장은 당연히 합리적이어야 한다. 테리 버넘 하버드대 교수는 <비열한 시장과 도마뱀의 뇌>라는 책에서 그 답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시장(참가자)이 이성적이면 워런 버핏은 없었을 것이다.”
한 권에 2000원 하는 주간지가 있다. 1년(52주) 구독료가 10만원이라는 것보다, 1주일에 커피 한잔 값이라고 해야 구독 가능성이 커진다. 소비자 머릿속의 ‘푼돈 프레임’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가게에서 현금으로 물건을 사면 1만원, 신용카드를 내면 1만1000원이라고 하자. 가게 주인은 어떤 문구로 현금 거래 비중을 높일 수 있을까? 1)현금으로 구입하시면 1000원을 절약하실 수 있습니다. 2)신용카드로 구입하시면 1000원의 추가 요금이 부과됩니다. 소비자들은 2)번을 보고 현금을 낼 확률이 높다. 같은 양의 이득으로 오는 만족보다 손실이 주는 심리적 충격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인간의 경제적 행동에서 손실 프레임은 항상 이득 프레임보다 강하게 작동한다. 버넘의 스승인 버넌 스미스와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이런 이론(행동경제학)을 체계화해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요즘 주식시장에 불이 붙었다. 장작은 이미 젖어 있고, 더 큰 비구름은 코앞인데도. 정부 돈 풀어 만든 ‘유동성 착각’이라는 위험 경고도 들은 체 만 체다. 고환율로 얻은 수출의 상대적 약진마저 착시를 부추긴다. 펀드로 많은 손실을 봤던 개인들이 펀드를 깨고 빚까지 내 온몸을 던지고 있다. 그 ‘슬픈 올인’의 결과가 걱정스럽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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