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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5.07 21:40 수정 : 2009.05.07 21:40

권태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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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선 공화당 출신이었던 알런 스펙터 상원의원이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꾸겠다고 선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인 그는 2년 뒤 있을 선거에서 공화당 간판으론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해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선거 때마다 새로운 정당이 생기고 당명 바꾸기도 흔한 우리나라에서는 정치인의 당적 바꾸기가 별로 놀랄 일도 아니지만, 정당정치가 자리잡힌 미국에서는 드문 일이라 반응이 요란하다. 그의 당적 변경으로 민주당은 상원에서 야당의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를 겪지 않고 중요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최저선인 60석을 확보하게 돼,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정책 추진에 큰 힘을 얻게 됐다.

공화당내 온건파에 속하는 스펙터는 강경 일변도로 흐르는 공화당보다 합리적 정책의 지평을 넓혀가는 민주당이 자신의 생각과 더 맞는다는 것을 당적 변경의 사유로 설명했다. 그는 공화당에 있을 때도 오바마 정권이 내놓은 구제금융법안 등의 표결에서 민주당과 같은 입장을 취했다. 권위주의 정부 당시의 한국 상황이었다면 이런 그를 사쿠라라고 비판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우리도 모든 사안을 당론에 따르지 않고 의원 자신이 소신투표하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비민주적 악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야당 정치인을 매수하는 일도 없지 않았고 이렇게 매수당해 여당에 야합하는 야당 정치인을 사쿠라라고 불렀다.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사쿠라란 말의 어원은 ‘사쿠라니쿠’라 한다. 2차대전 당시 소고기가 부족했던 일본에선 말고기를 소고기에 섞어 소고기인 양 속이는 일이 흔했고 이때 소고기로 둔갑한 말고기를 사쿠라니쿠라 했는데, 그 색깔이 벚꽃처럼 분홍빛이 짙었기 때문이다. 여의도의 벚꽃이 진 것처럼 또다른 여의도의 사쿠라도 모두 졌는지 모르겠다.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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