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5.10 21:53 수정 : 2009.05.10 21:53

곽병찬 논설위원

유레카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한 말. “너는 꿈의 세계에서 살고 있었지. 보드리야르가 한 말처럼 말이야. 전 생애는 땅 위에 있었던 게 아니라 지도 위에 떠 있었던 거야.”

장 보드리야르. 2007년 타계한 프랑스의 철학자. 당신의 고급 승용차는 기능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를 구입한 것이며, 스타벅스에서 마시는 건 커피가 아니라 뉴요커의 세련됨이고, 맥주는 술이 아니라 박력을 마시는 것이고, 몽블랑 만년필은 지성적 느낌을 구입한 것이라고 했던 사람. 요컨대 “(우리 시대의) 소비란 기호를 흡수하고, 기호에 흡수되는 과정”이라고 설파한 인물. 그 위에 세워진 것이 시뮐라시옹 이론.

이미지란 애초 실재의 반영. 그러나 생성된 이미지는 실재에서 독립하고, 자기 분화 과정을 거쳐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존재가 된다(하이퍼리얼리티). 위축을 거듭하던 실재는 한낱 이미지의 반영으로 전도된다. “디즈니랜드는 실제 미국이 디즈니랜드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만들어졌다.” 디즈니랜드는 이른바 아메리칸드림으로 표상되는 허구의 미국을 구축한 것. 실제의 미국은 폭력·억압·좌절로 가득할 뿐. 디즈니랜드는 이런 실제의 미국을 감춘다. 디즈니랜드를 소비하는 사람은 허구의 미국(디즈니랜드)을 현실로 수용한다. 이렇게 생성된,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이미지(허깨비)가 시뮐라크르이고, 그 생성 과정이 시뮐라시옹이다. 이를 관장하는 게 미디어다. 미디어가 쏟아내는 온갖 정보는 현실을 가상공간으로 구축한다. 허깨비에 사로잡히면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으로서 사유는 정지되고, 소비자 자신이 이미지와 실재를 구분 못하는 허깨비가 된다. 이를 이용해 자본은 돈을 벌고 정치는 권력을 강화한다.

대통령이 녹색운동가가 되겠다고 했다. 미디어가 이미지를 쏟아내면 그런 허깨비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도 웃을 일!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유레카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