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5.13 23:05 수정 : 2009.05.13 23:05

여현호 논설위원

유레카

미국의 연방사법회의는 명실공히 사법부의 최고 정책결정기구다. 연방대법원장을 의장으로 해 연방항소법원장들과 각 항소구별 지방법원 대표 등 26명으로 구성돼, 사법부의 장기계획, 각종 소송규칙의 제·개정 등 법원 행정에 관한 주요 결정을 도맡는다. 봄·가을 두 차례 열리는 게 관행인데, 지난 3월17일 열린 올 상반기 회의에선 법관윤리강령 개정, 판사 증원, 인터넷을 통한 재판정보 공개 범위 확대 등을 의결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법원행정처는 이 회의의 사무국 구실에 그친다.

전국 12곳의 항소구별 법관회의도 항소법원장을 의장으로, 같은 수의 항소심 판사와 지방법원 판사 대표들로 구성된다. 항소구 법관회의는 소속 법관의 업무를 감독하고 징계를 하는 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권한을 갖는다. 이런 제도는 사법부가 행정부와 의회에서 독립하려 애쓰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사법 독립을 지키기 위해선 법원 스스로 독립적 사법행정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원칙의 산물인 셈이다. 독일에서도 법원별 판사자치위원회가 재판부 구성과 사건 배정을 정한다. 판사자치위 역시 소속 판사들이 위원을 선정하는 법원 내 대의기구다.

우리나라에서도 1948년 제헌 체제에선 법관회의가 의결기구였다. 대법관이나 기타 법관의 임명도 법관회의의 제청 또는 의결을 거쳤다. 법관회의가 사라진 것은 박정희·전두환 체제에서였다. 1993년 6월 제3차 사법파동도 법관회의의 법제화와 권한 강화 등을 주요 요구사항으로 해 벌어졌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지금의 판사회의는 ‘사법행정에 관한 자문기관’(법원조직법 제9조의2)일 뿐이다. 심의는 하되 의결권은 없다. 사법행정권이 법원장에게 있다고 본 탓이겠다. 그런 식의 사법행정권이 법관의 재판 독립을 침해한 신영철 대법관 사태와 관련해 여러 법원에서 판사회의가 열린다고 한다. 사법부 발전의 또다른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유레카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