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5.14 21:03 수정 : 2009.05.14 21:03

김종구 논설위원

유레카

“단순히 사우나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핀란드 사람에게는 어떤 상황에서든 결코 자살할 권리가 없다.” 핀란드 출신 작가 아르토 파실린나의 소설 <기발한 자살여행>에 나오는 ‘사우나 예찬론’이다. 그만큼 사우나에 대한 핀란드인들의 자부심과 애정은 대단한 듯하다. 러시아나 중앙아시아 지방도 사우나 역사가 만만치 않다. 이명박 대통령과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4시간 동안 함께 즐겼다는 사우나는 그 지방에서는 ‘바냐’라고 부른다. 바냐 역시 달구어진 뜨거운 돌에 물을 끼얹어 발생하는 수증기를 이용하는 이른바 ‘훈증’ 방식이다. ‘바냐’라는 말은 라틴어로 목욕탕을 뜻하는 ‘발리네움’(또는 ‘발레눔’)에서 생겨났다.

사우나를 함께 한다는 게 이 지역에서 외교적으로는 상대편에 대한 신뢰와 우정의 표시다. 실제로 러시아는 독일과 사이가 좋을 때만 양국 정상이 함께 바냐를 했다고 한다. 청와대가 ‘사우나 정상외교’에 반색을 할 만도 하다. 하지만 “한국 대통령이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사우나 회동을 한 것은 이 대통령이 처음”이라는 발표는 좀 민망하다. 카자흐스탄은 2004년 9월에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수교 이후 첫 방문을 했고 이 대통령이 겨우 두번째다. 대통령의 외국방문 때마다 이런 식의 홍보에 열을 올리는 행태는 이제는 졸업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경제력이 한참 뒤진 나라가 다른 나라 국가원수를 극진히 환대하고 나설 때는 뭔가 간절히 원하는 경우가 많은 법이란 점도 감안해야 한다.

카자흐스탄은 지난해 5월 한승수 국무총리가 이미 다녀간 곳이다. 그때도 총리실은 에너지·천연자원 개발 협상 등을 두고 “한 총리의 국제 인맥을 활용한 자원외교의 승리”라고 자화자찬을 했다. 1년 사이에 총리와 대통령이 잇따라 같은 나라를 찾은 것이 혹시 ‘중복 외교’는 아닌지 한번 살펴볼 일이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유레카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