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5.18 21:57
수정 : 2009.05.18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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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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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병리학(Pathology)은 인체의 비정상적(?) 상태(Pathos), 즉 질병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질병이 어떤 요인에 의해 발생하며, 그 질병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등을 주로 연구한다. 연구 대상이나 방법에 따라 인체병리학, 실험병리학, 해부병리학, 임상병리학 등 다양하게 나뉜다. 병리학의 목적은 질병의 원리를 연구함으로써 질병을 예방하고, 적절한 치료 방법을 개발하는 데 있다.
애초 인체의 비정상적 상태에 대한 연구에서 시작된 병리학은 그 연구 방법의 유용성이 입증돼서인지 다른 분야에도 다양하게 적용됐다. 자연과학 분야에서 식물병리학, 동물병리학 등이 나온 데 이어 가축병리학, 곤충병리학, 심지어 누에병리학, 어류조직병리학 등 미세한 분야까지 확산됐다. 신체 현상과 분리된 정신 현상의 이상 상태를 연구하는 정신병리학도 탄생했다. 또, 다양한 사회 현상과 접목돼 사회병리학, 범죄병리학 등으로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번에는 세계 금융위기를 맞아 경제 분야에도 병리학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제를 인체와 같은 유기체로 보고, 경제공황이나 금융위기, 장기 경기침체 등 다양한 경제 질병에 대해 그 발생 원인과 진행 과정 등을 병리학적 방법을 이용해 체계적으로 연구하자는 것이다. 재야 경제학자로 불리는 최용식씨는 최근 펴낸 <경제병리학>이란 책을 통해 이런 주장을 본격적으로 제기했다.
주류 경제학계에선 이런 주장에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이론 체계나 학문적 검증 등이 허술하다고 보는 듯하다. 하지만 과거의 경제 질병에 대한 다양한 ‘임상 경험’을 축적하다 보면 금융위기 등 각종 경제 질병을 예방하고, 이미 발생한 경제 질병을 치유할 최적의 경제정책을 도출할 수도 있지 않을까. 주류 경제학이 위기 예측과 처방에 무력한 현실을 고려하면, 경제병리학 도입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봄 직하다.
정석구 논설위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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