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5.19 22:22
수정 : 2009.05.19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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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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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플래시몹(flashmob)은 특정 웹사이트에 접속자가 한꺼번에 폭증하는 현상을 뜻하는 플래시크라우드(flashcrowd)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는 집단을 말하는 스마트몹(smartmob)이 합쳐 된 말로, 불특정 다수가 전자우편이나 휴대전화 연락을 통해 약속한 시간과 장소에 모여 일정한 행동을 한 뒤 곧바로 흩어지는 행위를 뜻한다. 우리말로는 ‘번개군중’, ‘도깨비군중’ 정도로 번역하는 게 적당할 듯하다.
브리태니커 사전에 따르면 2003년 6월 미국 뉴욕에서 처음 시작됐다고 한다. 호텔 로비에 몰려들어 15초간 손뼉을 치고 사라지거나 박물관에서 동물 울음소리를 내기도 하며 세계 곳곳으로 유행처럼 퍼져나갔다.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해 8월 서울 지하철 강남역 앞에서 40여명이 모여 도로를 건너는 행인들을 향해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등의 덕담을 건네고 해산한 것이 처음이다.
2006년 5월 독재국가 벨라루스에서 일어난 아이스크림 먹기 플래시몹은 이런 행위가 단지 심심풀이나 재미가 아니라 효과적인 정치항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한 누리꾼이 이 나라 수도인 민스크의 10월광장에서 아이스크림이나 먹자고 제안하자, 의외로 많은 시민이 아이스크림을 들고 광장으로 몰려나왔다. 이에 경찰이 아이스크림 먹는 사람들을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는 것으로 간주해 다짜고짜 연행했다. 광장에 있는 사람들이 이 광경을 휴대전화와 디지털 사진기로 찍어 온라인 사이트에 올리면서 벨라루스의 폭압적인 이미지는 세계적으로 더욱 확산하고 굳어졌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촛불시위는 세계 최대의 정치적 플래시몹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1년이 지났는데도 원인 치유보다는 증상 다스리기에만 힘을 쏟고 있다. 촛불을 막으면 아이스크림이라도 들고 나오는 게 웹 2.0 시대의 영리한 군중임을 아직 모르는 것 같다.
오태규 논설위원
o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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