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6.04 19:09
수정 : 2009.06.04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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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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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을 영어로 표현하면 ‘public servant’다. 공공의 이익에 봉사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두산백과사전>은, 현대 민주국가에서 공무원은 주권자인 국민의 대표자·수임자로서 국민 전체에 봉사하고 국민에게 책임지는 것을 본질로 한다고 정의하고, 특히 과거 절대군주국가와 달리 현대 민주국가의 공무원은 행정수반에 대해 충성 관계로 얽힌 신복적 관리가 아니라고 분명히 못박았다.
그러나 선진 민주국가를 지향한다는 이 나라에선 전근대적 신복적 관리로 스스로를 격하시키고 최고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공무원들이 넘쳐난다. 살아 있는 권력을 위해 죽은 권력을 난도질하는 데 앞장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검찰, 그렇게 숨진 전 대통령을 위해 설치됐던 시민분향소를 철거하고 영정까지 내동댕이치게 한 서울경찰청 간부들, 그래 놓고 비판이 고조되자 전·의경들에게 책임을 미루는 거짓말까지 한 주상용 서울경찰청장, 촛불시위자에 대한 재판 독려로 재판권을 침해해 놓고도 버티고 있는 신영철 대법관 등 ….
그들뿐만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치러진 지난달 29일 저녁, 영국에 거주하는 한 지인이 전화로 통탄을 했다. 런던 대사관에 마련된 분향소 때문이었다. 국민장으로 엄수되는 전 대통령을 위한 분향소임에도 국화꽃 한 송이 준비돼 있지 않았단다. 그는 “국화를 구하기 어려웠다면 흰 장미라도 놓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조그만 성의도 발견할 수 없었다”며 보신을 위해 살아 있는 권력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이런 영혼 없는 공무원들의 행태를 보지 않으려면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는 길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의 의견에 공감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예의를 존중하지 않는 이 살벌한 사회에서 제도 변경만으로 공무원들을 바꿀 수 있을지 여전히 회의가 들었다.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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